최근 정부와 의료계가 의약분업 사태 해결을 위해 합의한 내용가운데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포함돼 있어 의료정보화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주에 발표된 의·정 합의사항에는 「e메일이나 팩스전송 등을 이용한 유사 처방전은 공식 처방전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다만 환자의 편의도모 차원에서 보조적 역할만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e메일과 팩스 등을 통한 전자처방전은 보안, 환자정보 유출, 담합, 위·변조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돼 이를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현재의 종이 처방 방식만을 인정하고 전자처방전은 사실상 이를 보조하는 역할만으로 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스마트카드·키오스크·전자문서교환방식·2차원바코드 등 각종 전자처방전달시스템 사업을 준비해온 의료정보화 업계는 의료계와 정부의 이같은 합의내용에 대해 『디지털시대에 역행하고 국민적 불편해소와 국가적 자원낭비 최소화를 무시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로 의료정보화 업계는 이번 의·정 합의에 따라 만약 전자처방전달이 보조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시스템 보급과 확산에 어려움을 겪게 돼 전자처방전달을 기반으로 한 각종 의료정보화 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한 이번 의·정 합의 배경에는 사이버 진료에 대한 정부의 불법 의지가 전자처방전달 분야로까지 확대, 해석된데다 의료계의 내부자료 노출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작용했다는 업체측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현행 의료법에는 환자가 동의하면 모사전송이나 PC통신을 이용한 처방전달방식을 인정하고 있고 전자문서에 대해서도 전자거래기본법이나 전자서명법 등이 규정돼 있어 이번 전자처방전달 불허 방침은 법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게 업체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 동부지원은 최근 한 사건 판결을 통해 『대부분의 병원이 전산시스템을 통한 전자처방전으로 약품을 교부해온 실정을 감안하면 전자처방전은 의사의 서명이 없더라도 처방전으로 인정되며 외부처방전은 몰라도 내부처방전은 반드시 종이문서로 국한해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의료 정보화 업체 한 관계자는 『만약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이 보안, 개인정보 유출, 위·변조 등에 문제가 있으면 개인정보보호법, 전자서명법 등에 근거한 더욱 엄격한 보안·처벌규정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이 순리인데도 종이만을 유일한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은 법간 상호모순을 야기하고 의료 분야의 선진 정보화를 가로막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료정보화 업체들은 이번 의·정 합의내용이 향후 의료법 개정이나 보건정책 수립에 그대로 적용될지를 예의주시하며 앞으로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