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ET코너]USB 대 IEEE 1394」 표준전쟁 승자는 누구?

지난 80년대 말, VCR 시장을 놓고 소니의 베타(Betamax)와 JVC의 VHS가 벌인 치열한 표준 전쟁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은 제품의 성능보다 표준을 따른다는 점이다.

지금도 PC주변기기 인터페이스 표준을 두고 「USB 2.0」과 「IEEE 1394」가 20여년 전의 해묵은 싸움을 재현하고 있다. 평균적인 PC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채 석달이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컴퓨터 업계에서의 표준이란 협상에 의해 확정된다기보다 누가 먼저 시장을 지배하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기술은 속도나 기능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따라서 단순히 성능상의 우위로 어느 한쪽이 시장을 장악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어느 쪽이 먼저 시장을 장악해 표준 채택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이냐는 점이다.

이 전쟁에서는 현재 IEEE 1394가 우위에 있다. 이미 시장 진출에 성공했고, 디지털 영상 편집이나 고속 저장기기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USB 2.0의 최대 결점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그림 속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USB 2.0의 전망도 결코 어둡지는 않다.

시장조사 업체인 캐너스인스탯 그룹에 의하면 USB 인터페이스는 오늘날 PC의 99%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2004년까지 7억5000만대의 PC와 주변기기가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뛰어난 하위 호환성을 가진 USB 2.0이 기존 USB 1.1의 아성을 등에 업고 손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인텔과 MS가 뒤를 밀고 있어 시장 장악력은 기대해도 좋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IEEE 1394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IEEE 1394 관련 주변기기가 시장에 등장한 상황이며, 최근 들어 기억장치 제조업체들도 점점 IEEE 1394를 지지하고 나섰다.

기억장치 제조업체인 온스트림(http://www.OnStream.com)의 파이어 와이어 생산책임자 폴 데커는 『데이터 저장을 위해서는 파이어 와이어가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라고 설명하면서 『USB는 기억장치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속도가 느린 것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페이스다. 특별히 기억장치를 위해 디자인됐던 IEEE 1394와 비교하기는 무리』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USB 2.0과 IEEE 1394의 승패가 두 가지 측면에서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IEEE 1394가 USB 2.0이 상용화되기 전에 PC시장을 얼마나 점유할 것이냐의 문제고, 또 다른 하나는 USB 2.0이 기존 USB 1.1처럼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나 더 많은 PC업체의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느냐는 문제다.

시장은 성능보다는 「누가 더 많이 쓰고 있으며, 얼마나 더 저렴한가」라는 물음에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결국 승패는 두 규격이 얼마나 이 원칙을 잘 따르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