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TI 아성에 도전장

「인텔이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아성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다음달 5일 아날로그 디바이스와 공동 개발한 DSP(Digital Signal Processor) 아키텍처를 공개하고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TI 공략에 나선다.

DSP는 음성 신호 등을 처리하는 반도체로 휴대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부품이다.이 DSP는 사실 TI에는 구세주나 마찬가지다. 96년 소프트웨어와 노트북PC 등의 사업들을 정리하고 모든 경영력을 DSP에 집중함으로써 재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DSP시장에서 TI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프루덴셜생명의 애널리스트 한스 모세스만은 『TI 아키텍처가 전체 DSP 소프트웨어의 70∼80%에 채택돼 사실상의 업계표준(디팩토 스탠더드)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TI에 인텔이 당장 위협적 존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텔의 진출로 DSP시장이 새로운 경쟁 국면으로 옮아갈 것으로는 예상된다.

다른 TI의 경쟁자들과 달리 인텔이 이미 휴대폰용 플래시메모리와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고 있는 점이 DSP시장의 변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인텔은 이들 칩을 하나 또는 두개로 통합할 계획이다.

포워드콘셉트의 애널리스트 윌 스트라우스는 『칩 통합은 가격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에 TI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인텔의 저가 통합 칩이 나오면 중견급의 2, 3개 업체에서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DSP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인텔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 시장은 올해 4억대에서 3년 후 10억대로 크게 확대될 전망인데, TI가 생산력을 늘린다 해도 인텔은 막강한 생산기반을 무기로 일정 수요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점들에도 불구 단기적으로 인텔이 시장 수요를 대거 잠식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신기술 및 신제품에 대해선 일단 거부감을 보이는 시장 생리, TI 아키텍처의 절대적인 영향력 등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인텔은 지난 2년간 70억달러 이상을 들여 통신 분야 중심으로 20개 벤처를 사들이며 DSP 사업을 준비해 왔다. PC시장의 맹주인 인텔의 통신 분야 진출에 시장이 실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