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보그룹의 전격적인 인사는 소프트뱅크와의 긴밀한 관계유지와 그동안 밑그림을 그려온 e비즈니스 청사진 구현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성격이 짙다.
이용태 회장 둘째아들인 이홍선씨의 두루넷 사장 취임은 두루넷 투자유치에 따라 매우 긴밀해진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관계가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금압박을 받아온 두루넷은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그 결과 두루넷의 최대주주가 일거에 삼보에서 소프트뱅크로 바뀌었다. 투자유치가 완료되면 소프트뱅크는 두루넷의 지분 16.5%를 갖게 돼 15.3%로 지분율이 낮아지는 삼보를 제치고 1대주주가 된다. 삼보로서는 1대주주인 소프트뱅크에 합당한 경영지분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홍선씨는 이용태 회장의 둘째아들이자 소프트뱅크 라인이기도 하다. 이홍선씨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를 맡으면서 일본 본사의 글로벌 관련 업무에도 상당부분 역할을 맡고 있는 소프트뱅크내에서도 상당히 비중있는 인물이다. 이홍선 사장의 두루넷 사장 취임은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에 두루넷의 경영권지분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삼보와 소프트뱅크의 긴밀한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절묘한 카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홍선 사장의 두루넷 사장 취임과 두 아들 친정체제를 핵으로 하는 이번 인사는 e비즈니스를 본격 가동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더 무게중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보의 핵심 계열사인 삼보컴퓨터·나래앤컴퍼니·두루넷은 지난해 사업이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같은 시행착오는 삼보가 1년간 유지해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버리는 대신 이용태 회장의 두 아들인 「홍순·홍선」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하게끔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우선 삼보컴퓨터는 e비즈니스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홍순 부회장이 다른 국내 그룹의 2세 경영진과 어깨를 겨눌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으나 정작 삼보컴퓨터만의 독자적인 인터넷사업 기반 마련은 만족스럽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개편 역시 정철 사장을 내세운 인터넷사업본부가 이렇다할 결실을 내지 못했다.
두루넷은 지난해 「국내 최초의 나스닥 직상장 1호」에 이어 「코리아닷컴 도메인 확보와 대형 종합포털 가동」이라는 빅뉴스를 만들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일시적 자금난으로 인해 모기업인 삼보컴퓨터로부터 5000억원을 긴급 수혈받는 등 위기에 봉착했다.
그룹차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래앤컴퍼니는 2월까지 현 150명의 인력을 30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겟퍼니처」 등 지난해 벌인 사업 중 일부를 정리하며 신규사업 대신 투자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삼보컴퓨터는 이홍순 부회장이 직접 조직을 관리하면서 유보했던 B2B e마켓플레이스 구축 사업을 재가동키로 해 올해 자체 e비즈니스를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이번 삼보그룹의 대대적인 인사에 대해 구조조정과 e비즈니스를 위한 삼보의 행보가 구체화되는 전초전으로 해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2세 경영진의 한 축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 이홍순 부회장이 올해 본격격인 e비즈니스를 바탕으로 그룹사 중에서도 IT분야 전문영역의 한 축을 맡아 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을지도 이번 인사와 함께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