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서 납 성분을 제거하라.」
PC부품에서 공매물질 납을 제거하는 문제가 PC수요의 감소, 치열한 가격 경쟁과 함께 PC업계를 압박하는 제3의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일본전자공업진흥협회(JEIDA)는 가전제품의 재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오는 2002년까지 PC부품과 용접부위에 포함되는 납 성분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일본 PC업계를 중심으로 PC부품의 탈납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나 용접온도와 관련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PC부품 중 납 성분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부분은 역시 용접부위다. 최근 마쓰시다전기를 비롯한 일본 유수의 PC업체들은 그 동안 납과 주석의 합금으로 이용해온 땜납을 은(銀)과 주석의 합금으로 바꿀 것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은-주석 합금의 녹는점이 기존 땜납의 녹는점인 섭씨 180도보다 40도 가량 높다는 점. 상대적으로 용접공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부품과의 연계성이다.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 용접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PC부품이 고온에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특히 열에 민감한 부품인 CPU를 제조하는 인텔은 여전히 비협조적이다. 인텔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용접을 위해서 CPU의 내열 설계를 바꾼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법률적으로도 우리가 내열설계를 지원할 의무는 없으므로 용접문제는 전적으로 PC제조회사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PC업계에서도 고온용접을 위해서는 CPU뿐 아니라 주기판에 장착되는 모든 부품의 내열기준을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은-주석 합금대신 아연-주석 합금이 탈납 문제의 유일한 탈
출구로 검토되고 있다. 아연-주석 합금은 녹는점이 섭씨 200도 전후로 현재 사용중인 부품의 내열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150도 전후 고온에서 용접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응집력이 약해 기판회로를 인쇄할 때 기판 주위로 흘러내리는 등 공정상의 불량률이 높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PC업계는 『용접 재료로 아연-주석 합금을 사용할 경우 PC제조단가가 상당 부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PC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져 업계의 경영을 더욱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CPU성능은 첨단을 향해 한없이 달려가는 데 반해 이를 용접할 재료가 없어 전전긍긍한다는 사실은 컴퓨터 기술분야의 대단한 아이러니』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일본전자공업진흥협회(JEIDA)는 오는 3월 4일 가전제품의 탈납 문제를 집중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갖고 관련 연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