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급 확산과 각종 멀티미디어 전송기술의 발달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의 출현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들에게 쉽게 콘텐츠를 무단제공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많은 콘텐츠제공자(CP)들에겐 불리하게 작용, 그동안 디지털 콘텐츠 유통이 큰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의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DOI’가 올들어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Digital Object Identifier’의 머릿글자를 딴 ‘DOI’란 한마디로 텍스트·음성·영상·동영상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콘텐츠에 각각의 고유 식별코드를 부여하는 것. 마치 도서류에 표시하는 ‘ISBN’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디지털 콘텐츠의 접근이나 유통을 위해 그동안은 주로 URL(Uniform Resource Location) 방식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URL체계는 주소가 바뀌거나 디렉터리가 변경됐을 때 해당정보에 접근하기가 곤란한 단점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DOI체계가 적용되면 인터넷상의 해당정보 위치에 접근할 수 있다. 저작권 관리나 유통정보 파악도 쉽다. 그만큼 디지털 콘텐츠 유통이 투명해져 궁극적으로 콘텐츠시장 활성화가 가능한 것이다.
현재 DOI의 구문구조는 미국표준(ANSI/NISO Z39.84-2000)으로 채택돼 있으며 MPEG21·IETF 등 관련 국제표준화기구에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제안돼 있는 상태다. 업계에선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DAS와 어도브 솔루션에 DOI가 디폴트로 들어가 있는 등 점차 인터넷상의 모든 디지털 콘텐츠 유통과 전자상거래에 필수적인 국제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DOI 관련 표준제정과 관련정책 수립 및 결정은 지난 98년 1월 창설된 국제DOI재단, 즉 ‘IDF’(International DOI Foundation)에서 주관한다. 중요한 결정은 마이크로소프트·휴렛패커드 등 13개 기관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대부분 주도한다. IDF는 특히 국제적인 공인 DOI등록·관리기관, ‘RA’(Registration Agency)를 지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IDF의 회원은 전세계적으로 50여개에 달하며 분야별로 RA선정작업이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RA로 선정된 곳은 전세계적으로 크로스레프(CrossRef), 콘텐트 디렉션스(Content Directions) 등 미국 두개 기관과 한국의 엔피아시스템즈(대표 함경수 http://www.enpia.com) 등 단 세곳에 불과하다. 엔피아는 특히 최근 IDF 이사회 13번째 맴버로 선정, 국내 DOI붐을 선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별도 DOI팀을 구성, 늦어도 연말께부터 DOI등록을 받고 내년부터는 아시아시장에까지 진출할 방침이다.
엔피아 외에도 현재 국내서는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협회·대한출판문화협회 등 관련기관과 전문업체들이 DOI시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과 관련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DOI워크숍 개최, IDF의 한국파트너인 이른바 ‘KDF’의 설립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DOI 서버 및 클라이언트 솔루션 △콘텐츠관리시스템(CMS) △참조연계솔루션 △전자카탈로그관리시스템 △저작권관리(DRM)솔루션 △e북솔루션 등 디지털 콘텐츠 유통 관련 솔루션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엔피아시스템즈가 DOI응용솔루션과 DRM솔루션을 개발했으며 본격적인 DOI시대를 앞두고 관련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제까지 인터넷산업은 인프라쪽이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인터넷은 정보고속도로에 불과할 뿐 비즈니스는 이곳을 오고 가는 콘텐츠에 집중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DOI는 디지털콘텐츠시장 조성에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DOI의 등장으로 이제 디지털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