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던 뉴욕 세계무역센터 110층 짜리 건물을 불과 1∼2시간만에 잿더미로 만든 끔찍한 테러사건이 발생한 지 10일이 넘게 지났다. 미국은 뒤늦게 “테러의 배후 인물을 찾아내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인터넷 전자우편을 샅샅이 뒤지는 것은 물론 하늘 위에 떠 있는 첩보 위성과 원격 투시 카메라 등 최첨단 정보기술(IT)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첨단 기술을 총 동원해도 테러 배후인물을 찾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을 비롯해 미국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IT 잡지 와이어드 등이 잇달아 보도하고 있는 ‘미국 테러 퇴치 기술의 허실’을 정리한다
◇카니보어(Carnivore)=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전자우편의 내용을 샅샅이 감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그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인터넷으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ISP)의 서버에 이 프로그램을 깔아놓으면 이 곳을 통해 교환되는 전자우편 내용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총과 칼, 암살 등 범죄를 암시하는 단어가 들어있는 전자우편을 찾아내 이를 주고받는 네티즌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테러 조직들을 찾아낸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인터넷은 물론 휴대폰을 통해 주고받는 통화내용도 엿들을 수 있는 감청 기술도 개발했다.
그러나 와이어드(http://www.wired.com)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정보를 검열하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실현할 수 없는 무모한 시도”라고 평가 절하했다. 매일 AOL을 통해 주고받는 전자우편과 인스턴트 메시지(IM)가 각각 2억과 11억 통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범들이 주고받는 사신을 찾는다는 것은 한 마디로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암호기술(Encryption)=또 카니보어 기술도 테러범들이 전자우편에 암호를 덧씌워 주고받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http://www.wsj.com)은 테러범들도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공개키기반(PKI) 기술을 사용해 암호문을 주고받으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 메시지는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양쪽 당사자들만 가지고 있는 개인 열쇠(private key)를 통과해야 원래의 문장으로 복원되기 때문이다.
미 FBI 등 정보기관들은 인터넷을 범죄자들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암호기술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특히 범죄자들을 색출하기 위한 사정당국 관계자들에게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모든 전자우편을 검열할 수 있도록 PKI에 ‘뒷문(back-door)’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도 사생활 보호를 내세우는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그동안 번번이 시행이 무산됐다.
◇원격 얼굴인식 및 투시 카메라=이처럼 사정당국과 테러범들이 최근 인터넷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사이에 사정당국에 강력한 원군이 나타났다. 바로 원격 얼굴인식 및 투시 카메라의 등장이다.
영국 BBC방송(http://www.bbc.co.uk)은 특히 미국 플로리다주 경찰이 최근 탬파 시 축구 경기장에 설치된 원격 감시 카메라에 찍힌 테러범의 사진을 보고 그를 현장에서 체포한 것은 앞으로 테러 퇴치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미국 생체인식기술 회사인 비저닉스(http://www.visionics.com)가 내놓은 이 시스템은 카메라에 잡힌 사람들의 얼굴 특징을 자동적으로 추출한 후 경찰청 서버 등에 저장해둔 수배자 DB와 대조하는 방법으로 테러범을 족집게처럼 검거한다.
또 영국의 퀴네티크(QinetiQ http://www.qinetiq.com)가 최근 개발한 스케너<사진>도 신문 속에 둘둘 말아 비행기에 반입하는 세라믹 칼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앞으로 수상쩍은 승객들의 탑승을 제지하는 데 한 몫 단단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 기술들도 좀도둑을 막는 데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만 이번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범들처럼 007 영화를 뺨칠 정도로 지능적으로 조직화된 테러집단을 일망타진하는 데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