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가정용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 배포권 日법원 "제조업체에 권한 없다" 판결

 “중고 가정용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본 대법원은 26일, 캡콤, 코나미 등 게임 제조업체가 중고 게임 판매 회사를 상대로 중고 소프트웨어의 판매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하며 판매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게임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놓고 게임 제조업체와 판매 회사들이 벌였던 치열한 논쟁이 일단락됐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번 재판의 초점은 작품의 양도나 대여를 저작권자가 통제할 수 있는 ‘배포권’을 게임 소프트웨어엔 어디까지 인정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게임 제조업체들은 “소프트웨어 배포권은 소멸되지 않는다”며 “중고 소프트웨어의 거래에도 제작자의 저작권이 미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일본 법원도 “(기본적으로)게임이 영화저작물과 같은 문화 상품이기 때문에 배포권이 게임 업체에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주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게임 상품의 특성을 감안해 게임업체가 게임을 판매한 후에 유통되는 중고제품에 대해서는 배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중고 게임 판매점들과 게임 소비자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중고 판매점 측은 “중고 판매로 소득이 없는 어린이들도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돼 결국 젊은층이 게임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모임도 “저작권을 무기로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려 해선 안 된다”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반면 게임 제조업체 측은 “모두가 중고 소프트웨어를 산다면 신제품에 투자할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전문가들은 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게임 제조업체들은 저작권을 영구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등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회사에 등록한 사용자만 즐길 수 있다. 또 발매 직후에만 판매가 집중되는 일반 게임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접속료나 이용료 등의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최근 소니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대작 온라인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