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용 스마트카드>(3)SIM카드를 둘러싼 현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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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Subscriber Identify Module)카드를 둘러싼 유럽 이동통신시장의 현안과 고민은 결국 ‘미래의 역할론’에서 비롯된다. 단순 보안인증 수단에서 부가가치서비스(VAS)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다 보니, 기술적인 난제에 부딪치게 되고 끌어들여야 할 협력사 범위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SIM 카드 기반서비스가 아직은 미완에 머물고는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는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통신사업자와 타 업종·영역의 협력사간 윈윈 비즈니스 모델과 바람직한 협업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근본적인 현안이다. 이와 함께 여전히 변화에 굼뜬사용자들을 보다 빨리 새로운 서비스에 눈 뜨게 해야만, 정체상태에 이른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투칩에서 원칩으로=지난 99년 한때 유럽시장에서는 통신사업자와 금융권의 심각한 갈등이 불거진 적이 있었다. 통신사업자들이 금융권 영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면서 빚어진 마찰이다. 당시 등장한 것이 듀얼 칩카드 서비스. 각자가 서로 화합할 수 없는 입장을 확인하면서 통신용 SIM카드와 차세대스마트카드금융서비스용 EMV 카드를 각각 분리해 단말기에 결합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선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원칩카드로 뚜렷하게 선회하고 있다. 현실적으론 듀얼 칩의 단말기 구현에 기술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지난 2년여간 양 진영이 꾸준히 합의점을 찾아온 덕분이다.

 컨설팅업체인 스캐티스의 폴 깁슨 컨설턴트는 “지금은 원칩이 대세이며 갈등도 상당부분 해소된 상태”라며 “확실한 변화는 금융과 통신은 각자의 영역에 충실하는 가운데 서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과 KTF 등이 올해 금융 칩카드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금융권과 보이지 않는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차세대 스마트카드 표준인 UICC(Universal IC Card)의 개발 진척에 따라 원칩 서비스가 가속화할 경우 유럽시장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금융·통신·부가서비스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수용하는 UICC 환경에선 결국 원칩카드 발급자에게 힘이 집중되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소네라의 자회사이자 세계적인 SIM카드 관리시스템 전문업체 스마트트러스트의 앤티 바사라 사장은 “USIM이 들어간 UICC는 결국 통신사업자가 발급주체가 될 것”이라며 “차세대 환경에서도 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시장질서가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다폰은 최근 무선공개키기반구조(WPKI)를 구현한 SIM카드를 발급중이며, 노르웨이 텔레노는 유럽권에서 가장 많은 WPKI SIM카드 발급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WPKI에서 CA는 누가=WPKI는 돈이 될 만한 이동통신서비스에 앞서 요구되는 보안·인증의 기본요소다. WPKI의 정점에서 사용자관리를 책임질 인증기관(CA)이 누가 될지도 큰 관심사다. 유럽에선 국가마다 시장상황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대부분 SIM카드 발급주체인 통신사업자가 CA에 대한 욕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소네라는 직접 사설 CA를 운영중이고, 보다폰은 관계사인 글로벌사인(http://www.globalsign.com)을 통해 WPKI 구도를 잡아가고 있다. 비통신영역에서는 핀란드·스웨덴의 경우 인구등록국과 경찰청이 주민(ID)카드의 CA 역할을 맡으면서 통신과는 다른 PKI 구조를 구현하고 있다. 문제는 원칩카드로 전이되는 추세에서 누가 최종적인 CA 권한을 갖느냐는 것.

 유럽에서는 결국 영역별 CA를 상호 연동하는 방향으로 갈등을 해소해가는 분위기다. 앤티 바사라 사장은 “지금은 누가 단일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이동통신시장이 성숙할 수 없었던 현실적인 문제도 각 산업영역간 오해와 갈등 때문이며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해결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폴 깁슨 컨설턴트도 “어느쪽의 CA를 이용할 지는 결국 사용자들이 선택할 문제”라며 “통신사업자나 금융권 모두 기존 고객이 자사 PKI 구조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역학관계에서 WPKI 서비스의 불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제3자들과의 공조가 어려운 점도 사업자들에는 현실적인 짐이다.

 <암스테르담=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