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형전광판 월드컵 열기고조에 일등공신

 

 대한민국이 월드컵 열기로 뒤덮였다. 이처럼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목이 터져라 조국의 승리를 외치는 순간은 일찍이 없었다.

 주요 외신들은 월드컵을 맞아 한국인들의 열정적이고 독특한 축구문화에 대해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바로 길거리 월드컵이라 불리는 대형 전광판 앞에서 열띤 응원전이다.

 한국과 폴란드전이 열리는 시각. 광화문을 비롯해 대학로, 여의도, 강남 등 서울지역, 부산과 광주 등 지방도시에서도 대형 전광판 앞에는 수십만의 축구팬들이 몰려들어 붉은 바다와 같은 응원전이 전국을 뒤덮었다.

 대학로에서 한 통신회사가 주최한 초대형 응원행사에는 3만명의 인파가 모여들어 대형 전광판으로 축구경기를 보면서 필승코리아를 목청껏 외쳤다. 월드컵 마케팅에서 축구 전광판이 핵심적인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목 좋은 곳에 자사의 전광판을 설치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지역선거에만 신경쓰던 각 지자체도 뒤늦게 월드컵 열기가 ‘표심’에 직결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축구중계를 위한 대형스크린 확보에 나섰다.

 덕분에 지방도시 주민들도 가까운 공원에서 길거리 월드컵을 한껏 즐기고 주요 이벤트 업계는 쏟아지는 임대용 전광판, 멀티비전 설치 주문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서울극장과 중앙시네마, 시네코아 등 서울시내 5개 극장은 축구경기시간이 되자 스크린에서 영화를 내리고 축구경기를 생중계하는 ‘사건’을 연출했다.

 시네코아의 한 관계자는 “솔직이 한국전이 열리는 시간에 누가 영화를 보겠냐”라고 반문하며 차라리 관객에게 서비스하는 셈치고 축구경기상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러간 관객은 대형스크린과 입체음향을 통해 쏟아지는 월드컵 경기장면을 실컷 만끽했다.

 심지어 새마을열차와 지하철에도 축구중계용 대형 TV가 설치돼 여럿이 함께 보는 월드컵을 확산시켰다.

 그저 덩치 큰 광고판쯤으로 여겨온 대형 전광판이 국민적인 월드컵 열기를 고양하는데 핵심매체로 떠오른 것은 실로 놀라운 현상이다.

 축구장에 직접 경기관람을 못하더라도 월드컵을 100배 즐기는 지혜를 터득한 한국인의 길거리 월드컵, 전광판 앞의 뜨거운 축구열기를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