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전업체 디지털TV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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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TV 시대 도래를 위한 방송사업자와 가전업체들의 행보가 큰 흐름에서 엇박자를 나타내고 있어 디지털TV 보급 활성화에 장애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월드컵과 디지털TV 보급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KBS·SBS·MBC 등 지상파 방송3사들이 지난달 31일 개막된 월드컵 주요경기를 HDTV방식으로 중계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지금까지 HDTV를 시청할 수 없는 디지털TV만 집중적으로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디지털TV 보급의 일대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됐던 2002 한일 월드컵경기 HDTV방식 중계는 가전업체들의 이상한 마케팅정책에 따라 이미 빛을 상당부분 퇴색한 상태다.

 방송사업자와 디지털TV생산업체들의 이같은 엇박자는 지상파 디지털TV 시대의 조기활성화에 먹구름을 드리운다는 점에서 방송사업자와 가전업체의 공동대응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월드컵은 HDTV판=지난해말 SBS를 필두로 디지털TV상용화에 나선 지상파 3사는 이번 2002 한일 월드컵기간동안 집중적으로 HDTV방식으로 주요경기를 중계, 디지털TV 활성화에 활력소를 제공했다. SBS 등 지상파 3사는 한국에서 열리는 32경기 중 24경기를 HDTV방식으로 제작, 중계하고 있으며 일본(32경기)에서 HDTV로 제작된 24경기 중 19경기를 HDTV방식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현재 상태라면 주당 HDTV 편성시간은 월드컵 이전의 주당 10시간의 3∼4배 수준에 가까운 30∼40시간을 넘나들게 된다.

 월드컵 축구경기의 HDTV 중계는 디지털TV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라는 점이 감안됐다.

 디지털TV보유 시청자들은 HDTV방식의 월드컵 중계를 통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65만대 중 7%만이 순수 DTV=그럼 과연 월드컵 경기를 HDTV로 볼 수 있는 디지털TV는 몇대나 보급됐나. 지난 4월 말까지 국내 디지털TV 보급대수는 총 65만7000여대에 이른다. 월드컵을 앞두고 디지털TV 보급대수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65만7000여대중 정작 HDTV를 볼 있는 디지털TV는 불과 약 7%인 4만6000대에 불과하다.

 정보통신부가 매월 발표하는 디지털TV 보급실적은 일체형과 분리형을 모두 합한 수치다. 이중 HDTV는 일체형 디지털TV만으로 시청이 가능하고, 분리형은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HDTV 수신이 가능한 디지털TV 보급대수는 일체형과 셋톱박스, PC용 디지털TV수신카드 등 세가지의 총 판매대수를 통해 산정된다. 즉 주요 가전업체들이 판매한 디지털TV의 93%가 HDTV 수신이 불가능한 분리형에 속한다.

 ◇왜 HDTV를 볼 수 없는 분리형인가=가전업체들은 분리형 제품의 판매가 주류를 이룬 이유에 대해 최근까지도 디지털TV 전송방식이 미국식과 유럽식사이에서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식 일체형으로 내놓았다가 혹시 유럽식으로 바뀔 경우 소비자들이 TV자체를 바꿔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식을 확정한 시기가 97년이며, 정부가 미국식을 고수하겠다고 계속적으로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전업체들은 여전히 분리형 디지털TV 판매에만 집중해왔다. 지난 4월 한달만 보더라도 분리형은 약 4만3000대를 판매한 반면 일체형은 분리형의 9% 수준인 약 4000대 판매에 불과하다.

 일체형은 분리형보다 약 50만원 정도 가격이 저렴하다. 디지털TV라는 단어만 아는 소비자로서는 가격이 싼 분리형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한 가전업체 역시 소비자가 원하는 분리형을 더 많이 판매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소비자는 자신이 보유한 디지털TV로 HDTV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대안은 없나=HDTV를 볼 수 없는 디지털TV의 보급으로 월드컵 특수를 맞아 HDTV 제작·방송과 맞물린 디지털TV 보급 확대라는 정부·방송사·가전업체의 ‘두마리 토끼잡기’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이같은 사례를 전제로 한다면 국내 디지털방송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앞으로 정부를 위시한 방송사와 가전업체의 공조가 절실하다. 디지털TV로 볼 수 있는 고선명(HD) TV 프로그램의 제작·방송 확대와 고화질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디지털TV 보급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라는 논쟁 하에 DTV활성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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