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구현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대림I&S가 추구하는 사업방향입니다.”
제갈정웅(57) 대림I&S 대표이사 부회장의 ‘유비쿼터스’ 사랑은 유별나다.
올 초 ‘유비쿼터스’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 제갈 부회장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회사가 나아갈 방향’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유비쿼터스 관련 내용을 섭렵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얻게 됐다.
이제는 각종 매체의 칼럼과 모임자리에서 유비쿼터스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창립 7주년 기념사에서도 전직원들에게 유비쿼터스 컴퓨팅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그를 두고 ‘건설업계의 유비쿼터스 전령사’라고 부른다.
제갈 부회장이 일반인들에게는 개념조차 생소한 유비쿼터스컴퓨팅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유비쿼터스가 향후 대림I&S의 성장엔진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는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일반 가정에서부터 확산될 것입니다. 때문에 지난 수십년간 사이버아파트를 비롯한 건설정보화 시장에 주력해온 대림I&S가 유비쿼터스 분야에 강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유비쿼터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는 않았지만 제갈 부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간의 주거생활에 IT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림산업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던 지난 92년, ‘쾌적하고 풍요로운 삶을 창출한다’는 기업이념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96년 대림I&S(당시 대림정보통신)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어떻게 하면 기업이념을 IT기술로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 97년에 탄생한 것이 바로 사이버아파트 붐을 일으킨 ‘e편한세상’이다. ‘e편한세상’은 새롭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정보화아파트 엠블렘 부여제도가 생기면서 건설업계에 유행처럼 번졌다.
전형적인 오프라인 산업인 건설과 IT가 만나는 순간이었고 이는 곧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생활속에 IT가 스며드는 ‘유비쿼터스’ 혁명으로 가는 첫 단추를 끼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그간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도약과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시에 더 치열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창립 7주년 기념사를 통해서도 밝혔듯이, 제갈 부회장은 대림I&S가 재도약의 시기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이제 승부수를 던졌다. 대부분의 SI업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백화점식 사업들을 펼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거울삼아 새로운 정보혁명인 유비쿼터스 개념을 토대로 건설정보화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것이 그가 세운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제갈 부회장은 우선, 지난 99년에 분사시킨 아파트종합정보화서비스 자회사 아이씨티로를 합병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중견SI업체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화된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재합병을 통해 대림I&S는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건설정보화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
이같은 제갈 부회장의 예상은 적중했고 합병의 효과가 곧바로 나타났다. 최근 금호건설이 진행중인 부천 철마산터널공사에 각종 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수주한 것. 아이씨티로의 솔루션과 대림I&S의 건설정보화사업 구축경험이 시너지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다.
“터널공사에서 IT가 접목되는 분야만 20억원 규모가 되는 세상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터널내 환기 및 통신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은 물론, 눈이 많이 왔을때 터널 밖 도로의 눈을 자동으로 녹여주는 등 터널 자체도 최첨단화되고 있습니다.”
제갈 부회장의 말처럼 빌딩분야에서 시작된 정보화의 열기가 터널, 굴뚝, 도로, 다리 등 전 건설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시장전망도 밝다.
“건설회사인 모기업을 통해 축적한 풍부한 경험과 자체 솔루션을 앞세워 다른 업체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합병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하드웨어적인 틀은 갖췄으니 이제는 소프트웨어 역할을 하는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갈 부회장의 책상 위에는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라는 문구가 쓰여진 거울이 놓여 있다.
서울증권 재직시 전무 승진에 실패한 후 거울을 보니 자신의 얼굴이 너무나 망가져 있어서 억지로라도 웃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더니 그후 모든 일이 잘 풀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8년도에도 전직원에게 이 문구가 적힌 거울을 선물했는데 놀랍게도 생각도 안 했던 프로젝트가 2개나 성사됐다고 한다. 모든 일에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제갈 부회장은 모든 직원들이 ‘나는 안돼’라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그의 책상위에 최근 코뿔소 조각이 하나 더 추가됐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추진력을 발휘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 코뿔소를 꺼내 놓았습니다.”
최근 신체검사에서 30대의 체력을 과시했다며 자랑하는 제갈 부회장의 당당한 모습에서 유비쿼터스 세상을 가장 먼저 열어갈 세계 최고의 건설정보화 업체를 지향하는 대림I&S의 자신감이 묻어난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약력>
△64년 경기고 졸업 △72년 서울대 상대 졸업, 외환은행 입사 △77년 대림산업 입사 △89년 대림산업 기획조정실 이사대우 △93년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상무이사 △94년 서울증권 상무이사 △96년∼현재 대림정보통신 대표이사 △현재 대림대학 겸임교수, 한국능률협회 지식경영위원회위원장, 한국지식경영학회 부회장, 한국KMS위원회 위원장, 한국M&A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