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노벨상과 최고과학기술인상

◆김병억 산업기술부장 bekim@etnews.co.kr

 

 얼마 전 스웨덴에서 노벨상 시상식이 있었다. 많은 수상자가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 일본에서 온 두 명의 과학자에게 시선이 쏠렸다. 한 명은 물리학상 수상자에 선정된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명예교수고, 다른 한 명은 학사 출신으로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씨였다. 이를 놓고 세계 과학자들은 일본의 저력에 놀라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뭔가 잘못됐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껏 과학부문에서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 입장에서는 이런 질시조차 부러울 수밖에 없다. 노벨과학자상은 과학의 근간이 되면서도 획기적인 기술에 주로 주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과학자는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자들에 대한 상이 꽤 많은 편이다. 세계적인 상을 받지는 못하지만 국내에서만큼은 많은 상을 주겠다는 생각에서인지 과학상을 모두 합치면 10여개에 달하고 매달 주는 상도 있을 정도다.

 “얼마나 상에 목말랐으면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 과학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려 했을까”하고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많으면 적음만 못하다’는 격언이 생각나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과학자상을 수상한 많은 사람이 자격미달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업적을 남긴 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이 너무 많고 상에 대한 보상이 형편없다는 점에 있다. 어떤 과학자는 이런 말을 한다. “‘젊은 과학자상’을 받으면 5년 동안 매년 3000만원씩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상을 받기 전하고 상을 받은 다음에 차이가 별로 없다”며 “한번 상을 받으면 그야말로 ‘팔자가 고쳐질 정도’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에 단 한 명의 과학자를 뽑더라도 그 과학자에게는 신분상승과 함께 획기적인 경제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많은 청소년이 그 상을 받으려고 이공계에 진학하고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하게 될 것이란 말을 했다.

 이런 과학계의 의견을 감지했는지 정부는 내년부터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만들기로 했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한국인으로서 이름을 떨친 4명 이내의 과학자를 선정해 각각 3억원의 상금과 대통령상을 수여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노벨상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한국 과학자로서 상당한 자부심과 경제적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맹점은 있다. 이번에 제정된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이 그저 일회성의 돈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교해보자. 현재 중국의 권력 핵심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 중에는 과학기술 명문대학인 칭화대 출신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내에서도 과학기술자에 대한 인식이 형편없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과 함께 과학자를 사회의 핵심리더로 존중하고 중요한 역할을 맡기려는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처럼 과학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때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우리에게 있어서 노벨과학상에 버금가는 상으로 존경과 부러움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