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전망대]인도, 세계 IT산업의 거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인도의 15~59세 경제활동 인구 추이

 그동안 선진국 IT기업들의 값싼 서비스 하청기지 역할을 해왔던 인도가 풍부한 기술인력을 바탕으로 세계 IT업계에서 각종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핵심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외신이 전하는 면면을 보면 외국계 IT기업들이 인도를 비용절감을 위한 단순한 아웃소싱기지가 아니라 향후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꼭 필요한 동반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소프트웨어산업에서 ‘전세계의 엔진’으로 자리잡은 인도는 작년 IT수출만 97억달러를 넘어섰고 지난 10년새 100배나 그 규모가 늘었다. 이같은 저력은 인구 10억에서 선발된 풍부한 인적자원과 세계 2위의 영어에 능통한 기술인력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ITs, IISc 등 인도 최고의 IT교육과정을 거친 일급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이 미국의 8분의 1인 1만달러에 불과한 것도 힘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콜센터 서비스분야에서 세계시장의 65%를 독식한 인도는 2008년까지 콜센터 서비스로 매출 170억달러, 200만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는 이러한 서비스 하청에 멈추지 않고 유능하고 값싼 기술인력을 무기로 해외 유명업체들의 첨단 R&D분야까지 잠식해 가고 있다. 인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에선 미국계 GE연구센터 소속의 인도인 기술자들이 한두번 재생하면 내용이 지워지는 일회용 DVD소재를 개발 중이다. 예전이라면 이 일회용 DVD개발은 뉴욕의 GE연구소에서 담당할 만큼 중요한 프로젝트였겠지만 회사측은 인도연구소의 개발속도와 성과가 더 뛰어나다며 만족하고 있다. 현재 필립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로라 하는 IT기업치고 인도에 연구센터가 없는 사례가 드물며 차세대 제품 개발프로젝트에서 이들 인도연구인력에 의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면 외국계 IT기업 본사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한번에 500∼2000명씩 연구인력을 감원하고 그 빈자리를 대부분 인도계 기술자들로 채우고 있다.

 미국 IT산업의 경우 인도계 기술인력이 없으면 일시에 멈춰야 할 형편이다. 이 때문에 공동화현상까지 보인 미국 IT산업의 원조 실리콘 밸리에선 인도기술인력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인도에 대한 아웃소싱을 중단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델컴퓨터가 부자연스러운 영어능력을 이유로 인도의 콜센터 서비스 아웃소싱을 철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선진국 기업들의 인도진출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인도가 세계 IT산업의 중요한 연구, 서비스기지임은 물론 매력적인 거대소비시장으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인도는 젊은 인구구조로 인해 오는 2020년 15∼59세까지 생산과 소비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전국민의 47%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경제활동 인구에서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국가로 부상한다는 뜻이다.

 세계 투자기관들은 2005년 이후 인도경제는 연평균 7.5%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며 특히 IT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낙관하고 있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인도가 중국보다 더 안전하고 예측가능한 시장이어서 세계 IT경제에서 인도의 발언권에 한층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