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최원제 씨알스페이스 신임 사장

그는 성공신화를 간직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프리스톤 테일(이하 프테)’이 바로 그것이다. ‘리니지’ ‘뮤’ 등 이른바 대박 MMORPG와 당당히 어깨를 겨룬 ‘프테’를 위해 그는 한 때 모든 것을 걸었다.

최원제(40) 씨알스페이스 신임 사장. 잠시 게임판을 떠나 있던 그의 컴백 소식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프테의 성공신화’ 때문이다.

하지만 씨알스페이스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무협 온라인게임 ‘디오’의 유료화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성장성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최 사장은 씨알스페이스 부활을 위한 ‘구원투수’다.

신임 사장에 선임된 이후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그가 씨알스페이스의 르네상스를 이룰 것인가. 그는 ‘디오’ 무료화 선언이라는 다소 혁명적인 조치까지 구상 중이다.

# ‘프테 신화’에 웃고 울다

최 사장은 ‘온라인게임판의 불도저’로 통한다. 처음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프테’를 대박 타이틀 목록에 당당히 올려 놓으면서 게임판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2년 ‘프테’가 세상에 첫선을 보일 당시 그는 대외적으로 트라이글로우픽처스 총괄이사였다. 하지만 회사 조직 전반을 이끄는 CEO 역할을 했다. 직원들은 그를 ‘최 사장’이라고 불렀다.

사실 그는 새내기 게임업체와 다름없던 트라이글로우의 조직 정비는 물론 게임 개발, 마케팅, 투자 유치, 유료화 전환, 수출 등 모든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했다. ‘프테 신화’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그의 손을 거쳤다.

“2002년 12월 저는 수능을 본 수험생과 다름없었죠. ‘프테’가 드디어 상용화에 돌입했거든요. 마치 성적표를 기다리는 심정이었죠. 정말 피가 마른다는 말이 딱 맞을 거에요.”

‘프테’에 웃고 울던 그는 결국 유료화 첫달 매출 16억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날아갈 듯 기뻤다. 당시 최고 화제작이던 ‘뮤’의 월매출액이 20억원을 약간 웃돌 때였기 때문이다. 마침 12월에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프테’가 온라인게임부문 우수상으로 선정되면서 ‘겹경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그는 이듬해 애지중지 키워온 트라이글로우를 떠나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예당엔터테인먼트와 ‘프테’ 매각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저로선 재충전의 기회였죠.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들과 여행도 다녔어요. 그 때 두 딸과 약속도 했어요. 앞으로는 가정에 충실하겠다고….”

# 게임판으로 ‘컴백’

트라이글로우를 떠난 그는 10개월 가량 ‘야인’으로 보냈다. 석달 가량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새로운 사업도 구상했다. 그를 영입하려는 게임업체들이 더러 있었지만 다시 게임판으로 돌아올 것인가 하는 물음엔 다소 회의적이었다.

씨알스페이스도 유료화를 앞두고 그를 적극 영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두 딸과의 약속이 자꾸 떠올라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참 잘 나가던 때보다 위기국면에서야 씨알스페이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사양했습니다. 다시 게임사업을 할 것인가 고민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그러나 두번째 제의를 받았을 때는 상당히 고민되더라구요.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이라 딱 잘라 거절하면 너무 야속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두번이나 제의를 받았으니 이것도 인연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그의 생활은 180도 바뀌었다. 유료화 이후 추락하는 ‘디오’를 되살려야 하는 그에게 정말 산더미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딸들이 약속 잊었냐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딸들이 요즘은 ‘디오’에 빠지기 시작한 거죠. 예전에는 ‘프테’ 마니아였거든요.”

# ‘디오’ 부활에 전력투구

최 사장이 취임하면서 씨알스페이스는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다. 조직도 새롭게 정비되고, 직원들간 회의도 잦아졌다. ‘디오’ 유료화 실적부진으로 패배의식에 빠져있던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최 사장 특유의 사업 스타일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최 사장은 요즘 ‘디오’ 부활을 위한 두가지 묘안을 들고 나왔다. 수익모델의 전면개편과 중국시장 개척이 그것이다.

유료화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유저들을 잡기 위해서는 기존 유료화 모델을 고집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아마 11월 중이 될 거에요. ‘디오’를 무료로 전환할 거에요. 그리고 중국에서도 ‘디오’가 본격적으로 오픈 베타서비스에 돌입할 것이고요.”

고민은 깊게 하되 판단과 실천은 빨라야 한다는 그는 이미 취임하자 마자 부분 유료화를 위해 시장조사에 돌입했다.

최근 주요 주주와 이사를 설득하면서 게임 업데이트와 마케팅 준비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마디로 ‘디오’ 부활 프로젝트가 급류를 타고 있는 셈이다.

중국시장 개척도 중요한 승부수다. 조만간 중국에서 판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프테’를 중국에서 서비스해봤던 그는 최근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시장조사를 벌이는 주도면밀함까지 보이고 있다.

“‘디오’가 중국에 서비스되면 아마 최고의 무협 온라인게임으로 부상할 거에요. 파트너 업체가 중국 최대 게임배급사인 샨다인 것도 강점이지만, ‘디오’는 유닉스 프로그램으로 개발돼 해킹에 강하거든요.”

그는 “일복을 타고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사장에 취임한 지 한달이 못된 시간이지만 그는 이미 숨가쁘게 뛰고 있다. 조직 재정비며, 수익모델 개편, 중국 비즈니스까지 1인3역도 모자란 상황이다.

“가끔 왜 또 고행을 선택했냐고 스스로 반문하기도 해요. 하지만 일에 빠져있다 보면 스스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요. 아무래도 천성이 여유롭고 한가하지는 못 한가봐요.”

그는 ‘디오’ 무료화 선언을 앞두고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간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프테 신화’가 다시 재현될 것인가. 그가 펼쳐보일 씨알스페이스의 비상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