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제조 기업의 심장부로 통하는 판매·생산 관련 핵심 데이터베이스(DB)를 오픈소스로 전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제조 분야 대기업 가운데 핵심 DB를 오픈소스로 바꾸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용 절감을 넘어 특정 기업의 기술 종속성을 탈피하고 디지털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판매·생산 등 주요 DB를 기존 오라클에서 오픈소스 기반의 포스트그레SQL 상용 버전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전환하는 판매·생산 DB는 제조사의 매출과 공장 가동을 결정짓고, 중단되어서는 안 될 핵심 업무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쏠린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 10여년간 중요도가 낮은 DB부터 오픈소스 비중을 높여오며 쌓아 온 기술적 신뢰를 바탕으로, 이제는 핵심 DB까지 오픈소스 체제로 개편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핵심 DB 전환을 위해 포스트그레SQL 기반 상용 제품 4종을 대상으로 약 한 달간 기술검증(PoC)을 실시했다. 실제 오라클을 사용 중인 서비스에서 테라바이트(TB) 규모의 데이터를 직접 전환하고 서비스 연동과 배치 쿼리 성능을 테스트했다. 판매 DB를 오픈소스로 전환해 성능을 극대화한 데 이어 전국 공장에서 사용하는 생산 관련 DB 역시 순차적으로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의 행보를 단순한 DB 교체가 아닌 '오픈소스 전환'(OX)의 본격화로 평가하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이 대부분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구현되는 만큼 DB의 오픈소스화는 엔터프라이즈 환경의 필수적인 변화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오픈소스는 라이선스 비용 절감은 물론 쿠버네티스 등 최신 클라우드 환경과의 호환성이 뛰어나 데이터 주권을 회복하는 데 최적의 카드로 꼽힌다. 오픈소스 DB를 활용하면 특정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에 얽매이지 않는 동시에 클라우드와 자체 서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이를 통해 보안이 필수적인 핵심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은 직접 유지하면서 시스템 운영의 유연성은 극대화할 수 있다.
현대차가 핵심 DB 전환의 물꼬를 트면서 그간 안정성을 이유로 오픈소스 도입에 신중했던 다른 대기업의 전환 작업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이미 카카오, 하나금융그룹 등 빅테크·금융 기업이 전사 시스템을 오픈소스로 구축하는 데 이어 대표 제조 기업인 현대차도 핵심 인프라를 개방형 체제로 돌리면서 신뢰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데이터 가용성이 낮은 업무에만 오픈소스를 썼다면 이제는 대기업도 핵심 DB에 적용할 만큼 기술적 검증이 끝났다”며 “성능 면에서도 상용 DB의 실질적 대안으로써 검증을 마친 상태로 실제 현재 복수의 기업이 핵심 영역에서 오픈소스 DB 전환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