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철 서울여대 교수
대한민국의 CRM은 현재 2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CRM 1단계는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의 중요성과 DB의 수집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CRM의 기본적인 목적인 고객관계의 장기적인 강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의 기본적인 전제 조건을 충실화하는 단계였다.
다가올 2단계에서는 1단계와는 차별되고 고도화된 전략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CRM 수익 극대화에 치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기존에 수집된 DB의 규모를 줄이고 보다 질 높은 데이터를 확보해 심화된 DB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DB가 수백만 아니 천만을 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복 노출된 허무한 숫자들의 나열에 불과해 심각한 실정이다.
개인별 마이크로 마케팅을 한다는 CRM의 기본 철학에서 벗어난 준 매스 지향적 마케팅이 CRM으로 언급되는 실정이다. DB는 알찬 것이 중요하므로,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도 충분하다.
둘째, 고객기반을 세분해 수익성이 높은 고객을 향해 전문적인 CRM을 수행해야 한다. 마케팅 기업의 고객은 크게 부유층 고객(우수고객)이나 대중적 고객(일반고객)으로 구분된다. 부유층 고객의 수는 일반고객의 약 20분의 1에 불과하나 수익성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배를 넘어선다. 부유층을 상대로 한 CRM이 데이터 확보, 최초 접근, 고객화 유도, 고객지속화 등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한 CRM보다 서너 배가 힘든 것이 사실이나 한 번 고객으로 삼으면 수익성은 100배가 넘는다.
셋째, CRM을 통해 발굴된 새로운 마케팅의 기회를 신규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데 직접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확보한 기존 고객의 자료에 근거한 접근은 그 범위에서만 수익이 생긴다. 그러나 기존 자료에서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발굴하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과거 고객 데이터로 새로운 고객 욕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생산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선도 기업들의 CRM은 신규 마케팅 기회를 창출하는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CRM은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다. CRM만을 잘하는 것은 기업의 마케팅 측면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아주 깨끗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다차원 통계분석을 통한 데이터 배후의 연결구조를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경쟁력 있는 마케팅을 위한 구조를 발굴하기 위해서 CRM이 필요한 것이지, CRM을 잘했다고 수익이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경쟁력 있는 CRM을 통한 마케팅 기회의 창출은 작은 규모의 부유층 시장을 향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