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운 세월을 포커와 가까이하며 지내오면서 세븐오디 게임에서 에이스 풀하우스를 잡고 진 적이 딱 두번 있다. 그만큼 에이스 풀하우스라는 족보는 지고 싶어도 지기 어려운 훌륭한 카드패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30년 동안 단 2번 패했을 뿐인 에이스 풀하우스를 가지고 이틀 연속, 그것도 같은 장소에서 패배를 당했다는 점이다. 지독한 불운이었을까. 아니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필자가 오래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두가지 교훈 때문이다.
하나는, 에이스 풀하우스 대 포카드, 포카드 대 스트레이트플러시 같은 꿈같은 상황을 머릿속에서 빨리 지워버리라는 점이다.
외국 영화를 보면 포카드 대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의 대결이 주메뉴처럼 등장하지만, 그것은 영화의 한 장면일 뿐 실전에서는 평생 한번 맞이하기 어려운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하수들은 ‘내가 2 포카드를 히든에 뜨고 상대는 에이스를 풀하우스를 잡고…’ 라는 식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을 항상 꿈꾸며 기대한다.
이러한 환상은 필연적으로 무리한 플레이를 동반하게 된다. 바늘 끝 같은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환상을 실현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커게임의 승부는 투페어와 트리플, 스트레이트나 플러시 등 평범한 족보로 승부가 이어지며 결정되는 것이지, 결코 하수들이 꿈꾸는 한판의 빅승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환상을 한시라도 빨리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지 않으면 포커판의 만만한 사냥감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또 하나는, 사기도박은 주변의 가까운 사람을 조심하라는 점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필자가 같은 장소에서 하루 간격으로 에이스 풀하우스를 잡고서 두번 연속 패했던 것은 문제가 있었던 상황이다. 몇 달이 지난 후 그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에는 필자가 사기도박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때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상대가 나에게 사기도박을 하리라는 생각을 꿈에도 안 했을 정도로 가까웠던 사람이었던 것이 필자가 당했던 더 큰 이유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방심하고 있다가 사기도박에 걸려든 것이다.
필자와 너무나 가까웠던 사람에게 사기도박을 당하니 한편으론 화가 나고, 또 한편으로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그 일을 겪고 난 후 한가지 큰 사실을 깨우쳤다. 그것은 ‘사기도박은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오히려 자신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더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접근하면 사람인 이상 누구라도 경계를 하게 마련이지만, 가까운 사이에서는 항상 긴장을 풀고 있기 때문에 더 접근하기가 쉽다.
심지어는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이 상대와 한편이 되어 더 큰 낭패를 주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도와주고 힘이 되는 사람들이 틀림없기에 그들을 믿어야 하고, 실제로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해를 끼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주변에 있는 사람 중 누군가가 이상한 생각을 했다면 자신은 완전히 경계를 풀고 있는 상황이기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도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포커게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래서 포커게임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의 실력뿐이라고 하는 것이다.
<펀넷고문 leepro@7po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