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100만대 셋톱박스 공동구매 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디지털셋톱박스 공동구매 합의는 경쟁사업자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올해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시작하고 통신사업자들이 IPTV 진입을 노리는 상황에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에 따른 측면이 강하다. 지금까지 SO들은 서로가 경쟁자라는 인식 하에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쳐왔으나 방송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내부보다는 외부 매체 간 경쟁에 더욱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도래한 것.

 SO들은 올해를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삼고, 다음달부터 CJ케이블넷을 비롯해 씨앤앰커뮤니케이션, 큐릭스, 드림시티, 강남케이블 등이 속속 디지털방송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지털방송 보급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인 디지털셋톱박스 가격을 공동구매로 돌파한다는 데 자연스레 SO들이 합의한 것. 이번 합의는 주요 MSO 주도로 이뤄졌으며 개별SO도 공동구매에 동참키로 방침을 정해, 사실상 국내 디지털 케이블셋톱박스 구매가 한 창구로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100만대 공동구매 결정은 SO들이 내년 6월까지 디지털케이블방송 100만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어낼 수 있다. 실현될 경우 국내 디지털방송 환경의 진일보를 이뤄낼 전망이다.

 ◇공동구매 셋톱박스 요구사항=SO들은 공동구매 디지털 셋톱박스를 최대한 단순한 구조로 설계해 모든 SO의 서비스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즉, 기본적인 하드웨어 표준만 정한 상태에서, 수신제한시스템(CAS), OCAP(OpenCable Application Platform)미들웨어 등에 대해선 정합·연동·지원이 가능한 셋톱박스 제공을 요구하는 것. 또한 케이블카드(POD모듈+스마트카드)와 상호 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SO들은 하드웨어에 대해서도 CPU 250MIPS 이상, 메모리 32MB SD램, 16MB 플래시, 32kB EEP롬을 제시했다.

 특히 공동구매 셋톱박스는 SD급 양방향방송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SD급 DTV 방송 제공(지상파 재전송 포함) △미들웨어 적용을 통한 양방향방송 제공(EPG 포함) △주문형비디오 서비스 제공(nVOD, SVOD, RVOD) △ISP 서비스 제공(DSG 기능을 이용한 케이블모뎀 기능 보유) 등을 만족시켜야 한다.

 ◇100만대 물량 나누기=이번 공동 구매에 참여한 MSO들은 1년간 100만대 구매에 합의했다. 그러나 MSO별로 구체적 물량에 대해선 발표하지 않았다.

 MSO의 고위관계자는 “MSO별로 매출액과 가입자수에 대비해 적정 물량을 산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MSO 고위관계자는 “케이블방송 가입자가 1150만∼1170만명인데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첫 1년간 8∼9%의 디지털전환을 이끌어내야 하며, 이 정도로 물량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SO들의 공동 구매 결정에 따라 국내 셋톱박스 시장의 개화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SO들이 하나 혹은 몇몇 기업을 공급업체로 선정할 경우 국내 시장 선점은 물론 해외 시장 확대에도 플러스 알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SO들이 연합, 바잉파워를 앞세워 가격 조정을 요구한다면 셋톱박스 업체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1차 연도에 공동구매가 성공적이라면 2차 연도에도 공동구매를 추진한다는 게 SO들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개의 셋톱박스 업체를 공급업체로 선정한다면 나머지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히 해외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셋톱박스 업체들의 시각이다. 나아가 현재 해외시장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해당 업체들의 입장이다.

 MSO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셋톱박스 업체들이 SO의 공동구매를 무산시키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만약의 상황을 가정했으나, 셋톱박스 업체들은 “시장에선 오히려 국내 셋톱박스 시장의 개화를 점치고 있는데, 지나치게 바잉파워를 앞세울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