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음악에 미쳐 살았던 아들이 어느날 갑자기 사업을 할 테니 도와 달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십중팔구는 호된 꾸지람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IT 기술과 음악콘텐츠를 접목시킨 ‘나도PD닷컴(http://www.nadopd.com)’ 창업에 함께 나선 홍장표(57, 굿씽 사장·아버지)씨와 홍성민(31, 음악제작이사·아들)씨의 경우는 다르다. 아버지가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초 정식으로 오픈하는 나도PD닷컴은 말 그대로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음악 제작자(프로듀서)가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100여개가 넘는 다양한 순수음원과 각양각색의 악기와 리듬 등을 원하는 조합에 맞춰 스스로 프로듀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나프(NAF)’를 통해 누구나 프로듀서가 될 수 있다.
현재 음원을 제공하기 위한 6∼7명의 작곡가와 신인가수를 확보했으며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불러 평가받을 수도 있다. 이용자는 수동적인 콘텐츠 수요자가 아닌 적극적인 콘텐츠 개발자가 될 수 있어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문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음악을 하고 싶었던 아들=학창시절부터 가수의 꿈을 키워온 홍성민씨. 지금은 최신 영화 ‘내사랑 싸가지’의 영화음악 작업을 맡을 정도로 어엿한 작곡가로 성공해 창업이라는 설레는 꿈을 꾸고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그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고등학교 때 학교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작곡을 독학으로 공부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는 여느 집 만큼이나 심했다. ‘음악을 하려면 집을 나가라’는 호통은 기본이었고 심지어 기타나 건반 같은 악기를 때려 부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홍 이사는 “한 때는 아버지에게 많이 섭섭했다”며 “지금은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중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더라”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음반을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 이사는 현재 가수 박효신의 5집 앨범 중 두 곡을 프로듀싱 작업하고 있다.
◇IT업계에 30년 종사한 아버지, 아들에 올인=“어느 순간부터 아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첨단산업이라는 IT 업계에 평생을 몸담아 왔기 때문에 독창적으로 살아 왔다고 나름대로 자부했는데 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꼼꼼한 사업 구상을 보면서 이제는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제 30년 간 정들었던 IT 사업 인생을 접고 아들의 사업에 올인했습니다.”
아들이 음악에 푹 빠져 지내던 것이 못마땅했던 아버지는 이제 아들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로 탈바꿈했다. 아들에 대한 태도를 180도로 급선회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누리벨, 펜타소프트, 코리아네트 사장 등을 맡아 오면서 디지털 콘텐츠의 중요성을 절감했지만 이를 사업화하지는 못했습니다. 먼저 온라인 음악 시장을 주도한 업체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어떤 사업이 한국 네티즌들의 입맛에 맞을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작곡 및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아들이 구상한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는 “아들이 구상한 사업의 꼼꼼함과 시의적절함에 놀랐다”며 30년 동안 사업만 했던 자신보다 더욱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아들에 올인했다.
◇아들은 콘텐츠, 아버지는 경영=아버지인 홍장표 사장은 아들이 기반을 잡을 때까지 경영일선을 책임진다. IT 산업에 종사한 만큼 소프트웨어 개발도 책임질 계획이다. 홍사장은 “때가 되면 전문 경영인을 내세우고 물러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콘텐츠의 질이 관건이 아니겠냐는 질문에 아들 홍성민 이사는 “새로운 음원, 즉 신곡을 거의 매일 추가하고 있다”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음원은 기성음악에 질린 네티즌들의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콘텐츠 산업 선도할 터=현재 베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나도PD닷컴의 월간 접속자수는 5만여명이며 가입한 회원수는 3000여명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수개월 안에 접속자 수가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및 중학생 등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세대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도PD닷컴은 스스로 가수·프로듀서가 되어 보는 콘텐츠 사업을 뛰어넘어 교육문화사업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우선 초보자를 위한 악기 다루는 법과 작곡하는 법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 나도PD닷컴을 통해 발굴되는 신인들과 기존 가수들을 중심으로 전국 순회 콘서트와 ‘NAF음반’ 제작, 뮤지션양성아카데미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종합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키워 나간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나아가 중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해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을 대외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는 이들 부자의 다부진 계획에 문화콘텐츠 산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