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만 넘은 기술창안자 `수두룩`

한 가지 아이디어로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최첨단 IT 산업에서 핵심 기술을 창안한 사람들은 제대로 보상받았을까.

C넷은 첨단 기술 및 아이디어를 고안한 사람과 그 아이디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사람이 항상 일치하지 않았다며 지난 50년간 하이테크 업계에서 일어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상당수 기술 고안자들이 부적절한 시점의 시장 진출이나 마케팅 전략의 실패 등 요인으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엇갈린 특허권과 사업권, 트랜지스터=1947년 미국 통신업계 선두주자 AT&T 전화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AT&T는 실리콘 트랜지스터에 대한 특허권을 획득했지만 사업권을 IBM·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소니 등에 헐값에 넘겼다. 당시 미국 정부의 강력한 반독점 조항 때문이었다.

그러나 AT&T의 실리콘 트랜지스터에 대한 특허권은 컴퓨터 혁명이 일어났던 1960년대 중반 소멸됐다. 그 결과 AT&T는 유닉스 뿐만 아니라 휴대폰 칩, PC 부문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트랜지스터 개발의 공은 다른 업체로 넘어갔다.

◇거시 전략에 묻힌 관계형 데이터베이스=IBM의 젊은 엔지니어 에드가 코드는 1960년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개념을 처음으로 고안했다. 현재 기본적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 널리 쓰이고 있는 SQL(Structured Query Language)의 모태가 된 이 개념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혁명적인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IBM은 회사 전체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에드가 코드의 아이디어를 마케팅하지 않았다. 1978년 젊은 사업가 래리 엘리슨은 에드가 코드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오라클을 창업했다. 이후 오라클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의 선두 주자가 됐으며 지금도 135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엇갈린 명암, 유닉스서버=1996년 실리콘그래픽스(SGI)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알아주는 거대 기업이었다. 당시 실리콘그래픽스는 ‘크레이’를 인수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SGI는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UE10000’으로 불렸던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데 실패했다. UE10000은 64비트 울트라스팍 칩으로 구성된 유닉스 서버였다.

반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UE10000 사업 부문을 인수, ‘E10000’ 제품으로 바꿔 시장에 출시했다. 이 제품을 통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닷컴붐이 일어나던 시기에 두각을 드러냈고 IBM과 하이엔드 서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당시 E10000 유닉스 서버 시스템은 100만달러를 호가하기도 했다.

◇기타=이밖에도 현재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업체 ‘e베이’의 사업 모태가 됐던 ‘온세일(Onsale)’의 공동 창업자 제리 카플란이나 지금의 인텔을 낳게 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최초로 개발한 일본의 전자계산기 제조업체 ‘부시콤’ 등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소개됐다. 또 MS-도스(DOS) 운용체계를 처음 개발한 ‘시애틀컴퓨터프로덕츠’의 팀 패터슨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지위에 걸맞는 보상을 받지 못한 인물이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