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LA다저스에 입단했던 야구선수 박찬호는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개인적 영광을 누린 것에 그치지 않았다. 박찬호 선수의 투구 하나는 한국에 희망을 던졌음은 물론이고 이후 외국 명문구단에서 한국 선수에 관심을 갖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던 한국의 축구스타들도 세계적인 축구 명문가에 스카우트되면서 이들 구단이 제2의 스타플레이어를 찾기 위해 한국을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이 같은 사례는 SW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라클은 RDBMS라는 원천기술 하나로 설립 13년 만에 1조원 매출 기업이 되었고, 현재는 매출 10조원, 시가총액 66조원(삼성전자 77조원)의 SW 선도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거론할 필요가 없는 막강한 SW기업이다.
SW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지금 전문가들은 산업육성의 정책적 목표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SW 분야에서 세계적인 스타기업을 배출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2010년에는 매출액 3000억원 이상의 세계 100대 SW기업 대열에 국내 업체가 5개 이상 포함되도록 하겠다는 중장기 육성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정부는 매년 ‘세계 10대 SW 강국’이라는 비전을 내놓았지만 업계가 체감할 정도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각종 SW 육성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될 성싶은 글로벌 SW기업을 육성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SW 분야에서는 통상 연간 매출액이 2억달러 정도면 100대 기업 대열에 들어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SW기업과 비교할 때 영세한 국내 SW기업들에 2억달러는 아직 요원한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핸디소프트는 IDC의 세계 패키지SW 기업 순위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IDC 자료에서 핸디소프트는 전세계 SW기업 중 306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업무프로세스관리(BPM) 솔루션 ‘비즈플로우 BPM’은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아시아눅스를 통해 아시아 리눅스 시장 장악을 준비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 미들웨어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기술경쟁을 통해 검증받은 티맥스소프트, 보안 분야 선도업체인 안철수연구소, 공장자동화 솔루션을 해외 시장에 공급하는 미라콤아이앤씨 등은 글로벌 스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최근에는 임베디드SW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SAP·IBM·오라클·BEA시스템스 같은 세계적인 업체들과 겨뤄 이기기 위해서는 막대한 R&D와 마케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때문에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는 논리는 더욱 힘을 얻는다.
여기에는 SW업계의 노력이 병행될 것이 요구된다. 지난 몇 년간 전세계 SW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잇따랐다. 그러나 국내 SW업계는 여전히 뜨는 시장이라면 수십, 수백 개 업체가 동시에 뛰어드는 형국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국내 SW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과 시장을 중심으로 정부와 업계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