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세계 게임 관계자들이 한국을 어떤 나라로 생각할지 무척 염려스럽습니다. 어느 정도라는 것이 있는 거 아닙니까?”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 관계자의 탄식이다. 지난 18일 E3 한국 공동관에서 상영 중인 동영상과 프레스 킷 배포를 금지당하는 초미의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유인 즉, 국내 모 업체에서 개발한 성인용 온라인게임 ‘3feel’의 홍보용 동영상이 너무 선정적이고 남녀간의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표현해 주최측에서 제재를 가한 것이다.
이 업체는 긴급히 국내 본사와 연락을 취하고 다른 동영상으로 대처했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그와 동시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관람객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말았다.
십수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E3에서 동영상 상영 금지와 프레스 킷 배포 금지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착실히 쌓아왔던 온라인게임의 강국이라는 좋은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독립 부스로 참가하는 업체들과 달리 한국 공동관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하 개발원)에서 직접 관리한다. 공동관에 참여할 업체를 선정하고 게임에 대한 자료와 동영상을 미리 받아 검토, 취합하는 것도 개발원의 몫이다. 아무리 E3 전시회가 18세 이상만 입장 가능한 성인용 전시회라지만 정도가 지나쳤던 것으로 보인다.
몇 차례 E3를 방문했지만 여성의 비키니 복장이 수위의 한계였고 그것도 그리 좋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그런데 매년 한국 공동관을 준비했던 개발원 측이 이러한 분위기를 몰랐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단순히 ‘18세 이상 관람가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 성인영화와 다름없는 동영상을 허용한 것은 너무 안일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이 동영상을 지켜본 관람객과 관계자들은 도대체 어떤 나라의 어떤 회사가 이렇게 대담한 짓을 저질렀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이번 E3는 온통 차세대 콘솔 게임기가 화제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틈새에서 국내 업체들은 그 동안 힘겹게 개발한 작품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3feel’도 조금만 더 생각해 수위를 낮추고 다른 표현을 고려했다면 색다른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초유의 사태 말고 말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