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e스포츠 모델을 적용한 국제게임대회가 늘고 있다. 첫 신호탄을 올린 대회는 지난해 한중게임대회를 시작으로 올초 1차 시즌을 마감하고 지난 3일 2차 시즌에 돌입한 WEG. WEG는 세계 e스포츠 메이저대회를 표방하며 e스포츠의 산업화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로 기획됐다.
이를 시작으로 올해는 CKCG라는 한중 e스포츠 페스티벌이 생겨났다. 또 이벤트전 성격의 한중게임대항전인 ‘WEF’와 교육용 게임으로 열리는 한중에듀게임대회(WCE)도 오는 8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국제게임대회들은 한국형 e스포츠 모델을 세계에 널리 보급하는 창구가 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이를 통해 e스포츠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일 수 있고, e스포츠 산업이라는 새로운 수출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효과와는 달리 최근 이들 국제 게임대회가 처한 상황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국제게임대회가 너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충분한 준비없이 진행되는 부실한 대회를 양산해 한국형 e스포츠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봇물처럼 늘어난 국제게임대회의 허와 실을 짚어본다.
# 한국형 e스포츠 모델 세계화 기대
이처럼 국제게임대회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e스포츠의 영향력과 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아주 고무적이다. 특히 이는 한국형 e스포츠 모델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들 국제게임대회는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더욱 공고하게 다질뿐 아니라 e스포츠 산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바가 크다.
실제로 WEG는 세계 e스포츠 무대를 한국형 모델로 이끈다는 슬로건 아래 연중 상설리그로 진행되고 있다.이를 위해 2차시즌에는 국내에서만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를 종목에서 제외하고 ‘워크래프트3’와 ‘카운터스드라이크’ 등 2개 종목만을 정식종목으로 선택, 세계적인 게이머들만을 초청해 리그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랜파티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외국의 다른 국제 게임대회들과는 달리 방송리그로 진행하는 한국형 모델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종목에 적용함으로써 한국형 e스포츠 모델을 세계에 보급, 다양한 부가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WEG가 이처럼 세계 e스포츠 메이저 대회를 표방하고 있다면 CKCG는 아마추어 대회를 통한 문화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중게임대회라는 명칭대로 참가국이 한국과 중국 2개국에 불과하지만 ‘스타크’와 ‘워3’,‘카스’ 등 인기 종목을 대상으로 한중 양국 청소년들의 활발한 교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더구나 이 대회는 양국의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e스포츠를 매개로 한 양국의 문화교류와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 한중 양국이 굳건한 협조아래 세계 e스포츠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회는 모두 한국의 앞선 e스포츠 모델과 중국의 엄청난 시장을 결합하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이외에도 다양한 파급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 흔들리는 국제게임대회
그렇지만 이들 국제게임대회가 처해있는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WEG는 지난 3일부터 한달간의 일정으로 정규시즌을 진행중이지만 벌써 정규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음에도 이렇다할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내달 국회의사당 대운동장에서 치를 예정인 한중국가대항전만이 첫 국회진출 게임대회라는 점과 국회의원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슈가 됐을 따름이다. 대회를 중계하는 방송사도 음악채널인 KMTV로 바뀌면서 노출도가 크게 떨어졌다.
‘스타크래프트’가 종목에서 제외되면서 관심도 많이 줄었다. 선수촌을 마련하고 해외에서 유명선수들을 초빙해 진행하고 있는 WEG의 의미가 상당부분 무색해졌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중국으로 언제 넘어갈지 모르는 위기를 맞게될지도 모른다.
CKCG도 MBC게임이 방송을 맡고는 있지만 아마추어가 주축이된 행사인데다 제대로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호응도가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의 이광재의원이 주축이돼 마련한 대회고 문화부와 e스포츠 &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등이 후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e스포츠와는 무관한 기업이 주관을 하다보니 미숙한 부분이 너무 많다.
제대로 치러질지가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위태위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특히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해 기업과 e스포츠협회가 후원하는 대회라는 소문도 무성해 국제게임대회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많다.
# 중국이 따라온다
이같은 우리의 사정과는 달리 중국은 정부차원의 지원 아래 빠른 속도로 한국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지난해 초 e스포츠를 99번째 스포츠로 인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육성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 문화부는 WCG와 ESWC 등과의 협조를 확대해 나가고 있고, 체육부는 CEG(차이나 e스포츠 리그)를 육성하고 있다. 신식사업부는 CIG(차이나 인터넷 게임즈)를 소규모 국내 리그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이같은 e스포츠 육성 활동을 통합하기 위해 e스포츠와 관련한 인허가 권한을 보유한 ‘중국 e스포츠 협회’에 대한 비준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다양한 국제대회 주최권을 따내려는 노력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CNET은 거액을 들여 ESWC 결승전 유치에 나섰고, 거대기업에 이어 북경시까지 나서 WEG의 전권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처럼 e스포츠 분야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4000만에서 5000만에 달하는 e스포츠 인구가 배경이다. 그동안 다양한 국제 게임대회를 유치해 진행해 본 결과, e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이들을 배경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중국이 최근 몇년간 외국 대회를 유치하며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2∼3년 내에 한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e스포츠 무대에서 종주국이라는 선점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제게임대회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