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재편 새 그림 `LG 뜻대로` 그려질까

통신시장 재편 새 그림 `LG 뜻대로` 그려질까

‘LG발 통신시장 재편 이뤄질까?’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시장 진출을 계기로 구본무 LG회장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최태원 SK회장, 남중수 KT사장 내정자 등 통신분야 수장들과 잇따라 회동하면서 LG그룹이 그리고 있는 통신사업의 새 밑그림에 관심이 쏠렸다.

LG측은 “정례적 회동 또는 재계 모임에서의 만남이었지 구체적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주위에서는 최근 LS, GS 등의 계열분리를 끝낸 LG가 그룹의 새 비전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힘 모으기냐, 손떼기냐=업계의 관심은 구회장의 일련의 행보가 LG의 통신계열사 3사(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를 중심으로 통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인지, 아니면 적당한 시점에서의 퇴출(EXIT)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지 그 의중에 모아지고 있다.

LG는 90년대말 PCS사업권을 획득하고 2000년부터 데이콤·파워콤의 연이은 인수로 KT와 SK텔레콤과 경합하는 통신 3강의 기대를 모았지만 2003년 하나로텔레콤의 경영권 인수 실패 이후 데이콤·LG텔레콤의 적자 행진과 투자 유보, 두루넷 인수 실패 등으로 시장에서의 입지가 대폭 축소됐다. 이 때문에 LG가 통신3사를 매각하고 통신사업을 접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루머가 끊이질 않았고 구 회장을 비롯한 LG 최고 경영진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최근 데이콤과 LG텔레콤이 흑자로 돌아섰고 파워콤이 초고속시장에 진출하면서 새 가능성을 본 그룹 경영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특히 LG가 계열분리 이후 전자와 화학과 연계선상에 있는 통신사업을 새 주력 사업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자-화학이냐, 통신이냐=반면 구 회장의 최근 행보가 통신3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자와 화학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팬택의 SK텔레텍 인수로 사실상 3위로 물러나 앉은데다가 통신장비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실제 핵심 사업인 전자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한 대안 마련 차원이라는 것. 또한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영권 확보 등을 위한 자금을 준비중이라는 소문이 증시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외자인 AIG-뉴브릿지나 최태원 SK 회장, 남중수 KT 사장 내정자 등과의 만남도 통신사업 강화 보다는 효과적 퇴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8월중으로 예정돼 있는 진대제 장관과의 추가 미팅에서는 그동안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모종의 결론을 내려 상호 공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영향과 전망=그러나 LG가 구체적인 결정을 쉽게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사가 비로소 본궤도에 올라섰는데 손해보는 장사는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또 통신사업을 접게 될 경우, 계열분리 이후 줄어든 그룹 외형을 또다시 축소하는 문제도 있다.

LG 관계사 한 관계자는 “데이콤과 파워콤을 합병하는데 2000억원 이상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고 LG텔레콤도 EVDO 추가 투자를 해야하지만 타 산업군에서는 연간 경상이익 2000억원 이상을 거둬들이는 계열사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했다.

LG그룹 관계자도 “3사가 이제사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다 데이콤-파워콤이 초고속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는지 좀 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