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인력양성 이대론 안된다](2)대학, SW 공부하지 말라

[SW 인력양성 이대론 안된다](2)대학, SW 공부하지 말라

 문: 소프트웨어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취업 후 전망이 어떤가요.

 답1: 어떤 분야든 국내에서 소프트웨어(SW) 쪽은 비전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틈틈이 외국어 공부를 해 해외로 나갈 생각 하세요.

 답2: 이 분야는 힘듭니다. 직급, 급여 모두 낮습니다. 실질적으로 인정받으며 일하기도 어렵습니다. 다시 공부할 수 있다면 하드웨어(HW) 관련 분야로 진출하겠습니다. 야근도 많고 수당도 받기 힘들고, 뭐 이래저래 피곤한 일 많습니다.

 

 최근 국내 한 유명 SW개발자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비슷한 내용의 다른 글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차세대 SW 개발인력을 배출해야 할 대학에서 SW가 사라지고 있다. 시장이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만들지 못한 대학과 미래를 걱정한 학생들이 SW를 외면한 데 따른 결과다.

 김명 이화여대 컴퓨터학과 부교수는 “SW를 공부하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을 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직한다고 해도 SW 분야는 40대가 되면 회사에서 쫓겨나는 현실을 학생들에게 받아들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건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SW 개발환경의 개선으로 아무나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중급 SW인력은 공급과잉”이라며 “이에 따라 대학에서 고급인력을 양성해야 하지만 교육시스템 부재와 학생들의 기피로 인해 우수 인력 배출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학생들의 SW 관련 학과의 지원도 줄어들고 있다. 2000년도 S대 컴퓨터공학부의 입학생은 130명이었지만 지금은 6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Y대 역시 130명에서 80명으로 축소됐으며 K대도 130명에서 8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미국 MIT대 전기컴퓨터대학의 학생정원이 1155명, 텍사스오스틴대 400명, 위스콘신대 1050명 등으로 타과에 비해 월등히 정원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국내 우수대학 중 하나인 S대학의 컴퓨터공학부 입학 커트라인이 지방에 있는 모 약대 커트라인보다 낮다는 것은 학생들이 보는 SW와 컴퓨터 관련 산업의 위치를 극명하게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고건 교수는 “컴퓨터공학부에 들어온 학생들도 SW 관련 학과는 과목 종류가 많고 새로운 과목이 많다는 이유로 SW보다는 통신과 HW 분야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교육할 교육시스템 부재도 문제로 거론된다. 2년만 지나도 교육내용이 완전히 바뀌는 SW에 대해 실습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데다 집대성된 책 한 권 없다. 심지어 가르치는 교수도 실습 경험이 있는 사람은 소수라고 대학 관계자들은 털어놓는다.

 교육에 대한 평가도 SW를 기피하게 만드는 한 원인이 된다. 한 대학 교수는 “현재 대학에서는 SCI제도를 통해 획일적인 논문편수로 교수를 평가하는 상황이라 SW와 같이 준비와 실습에 어려움이 따르고 시간이 소요되는 실험분야에 매진할 교수가 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정부과제 역시 투입되는 연구비에 대한 보상이 적고, 잦은 간섭 등을 이유로 대학에서 선호하지 않는다. 인도의 경우 산업체의 요구를 수용한 SW 관련 50개 과목을 지정하고 대학이 이를 위한 강의용 자료를 개발, 전국에 배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에 비하면 미래 SW 개발자를 양성해야 할 국내 대학의 SW교육 관련 정책과 환경은 한마디로 위기에 처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