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게임 산업에 대해 시야가 넓은 유명 개발사의 임원 한 분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임원은 당시 온라인 RPG와 PC 패키지 RPG를 비교해 온라인 RPG는 TV 드라마와 같고, PC 패키지 RPG는 영화와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그런 비교이자 비유였다.
꽤 재미난 비유라 생각이 들어 이유를 물었더니, “온라인 게임은 스토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TV드라마 역시 그렇다. 시청률이 높다고 해도 나중에 그 이야기가 기억조차 안 난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드라마 내용을 중간에라도 수정하는 것은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 의견을 반영해 패치를 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영화는 어떤가. 영화의 감동은 오래 간다. 스토리가 중요하고, 스토리가 머리 속에 오래 남는다. 특히 출시(상영) 직후 단시간에 몰아쳐 흥행 몰이를 하는 모습도 상당히 비슷하다. 또 하나는 흥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TV 드라마 시청률은 온라인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와 통하는 바가 많다. 영화 관객 수는 PC 패키지 게임 판매량과 비슷하다. 끝으로 중독성이라는 공통점이 온라인 게임과 TV에는 다같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비스 되는 모양을 봐도, 제품이 만들어 지고 팔리는 과정을 봐도,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각각의 제품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 임원의 의견은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즉 ‘영화=PC패키지 RPG’이고 ‘TV드라마=온라인 RPG’라는 공식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게 수 년이 지났고 그 당시에는 아예 판단 기준이 없었던 모바일 게임이라는 산업이 새로 부상하고 있다. 과연 모바일 게임은 현재 어떠한 모습을 지니고 있을까.
필자의 의견으로는 모바일 게임은 비디오와 상당히 흡사하지 않나 싶다. 비디오를 보려는 사람들은 진한 감동을 받으려는 목적일 수도 있고, 심심풀이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모바일 게임 역시 그 두 가지 목적을 다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 게임과 비디오, 둘 사이의 공통점은 편하게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이동성은 둘의 공통특징을 가장 확실히 나타내주는 단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모바일 게임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 모바일 게임이 굳이 영화나 TV 드라마가 될 필요는 없다. 모바일 게임은 비디오와 같은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이동하면서 볼 수 있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친구 집에서도 볼 수 있고, 비디오 방에 가서도 오붓하게 볼 수 있는 비디오는 분명히 자기 자리가 있다.
즉, 모바일 게임은 이동성이라는 최고의 무기로 단순히 시간을 때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도 되고, 영화관에 가서 감동을 받을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어필해도 된다.
그래서 당당하게 자기 자리를 잡아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있는 모바일 게임은 시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며 계속 성장해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지오스큐브 고평석 대표 go@gosc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