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GSM 시험망 구축 배경

 삼성전자의 유럽형이동통신(GSM) 시험망 구축은 세계 1위의 휴대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휴대폰 글로벌 넘버원’ 전략의 일환이다.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GSM 시장 확대 여부가 세계 1위 도약의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좀더 빨리, 더 많은 모델을 적시에 출시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의 필수 요건이다. 이를 위해 제품 출시 시기 단축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를 위해 국내에 제품 전 단계인 시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GSM망을 확보하는 것은 휴대폰 제조 업체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배경=올해 휴대폰 업계가 추정하는 전체 휴대폰 수출 물량에서 GSM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다. 수출 금액도 올해 120억∼13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GSM 휴대폰 장비를 시험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이 때문에 휴대폰 제조사들은 제품 출시 전에 필수적으로 해외에 나가 6개월 이상 각종 기능 검증과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들은 엔지니어가 직접 비행기로 국내외를 오가며 제품 성능을 검증한다. 일부 지역에 평가센터와 디자인센터 등이 있기는 하지만 역부족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관계자는 “휴대폰 수출을 위해서는 해당 국가 정부와 사업자 등 2, 3 단계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사업자 인증의 경우 유럽은 최소 5개 사업자, 북미 지역은 3개 사업자 망에서 시험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TTA 측이 정책적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모든 시험이 해외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제조사들이 시간은 물론이고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제품 출시까지는 최소 1년이 소요되며, 이 중 시험을 위해 필요한 기간이 절반”이라며 “마지막 시험 단계에서는 엔지니어 20∼30명이 해외로 나가 2∼3개월씩 합숙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주도나 인천공항 등에 GSM망 구축이 계속 논의된 것도 국가 차원에서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휴대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망=그간 휴대폰 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적인 차원에서 국내 GSM 시험망 구축 논의가 몇 차례 진행돼 왔다. 대표적인 장소로 떠올랐던 곳이 제주도, 인천공항 등. 하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실제 진행되지는 못했다. 삼성전자가 GSM망 구축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수출용으로 출시한 휴대폰은 모두 111개 모델에 이른다. 이 중 70%가 GSM 제품이다. 제품별로 출시 시기를 최소 2∼3개월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면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물론 현지에 나가서 받아야 하는 인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망 연동 시험과 버그를 잡는 1차적 테스트라도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그간 노키아·모토로라 등 해외 경쟁사들보다 앞서 온 제품 출시 사이클을 더욱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또 시장의 요구를 좀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지도 마련했다.

 특히 유럽형 3세대 이동통신(UMTS)과 WCDMA 등 3세대로 넘어가며 망간 연동이 자유로워지는 세계 이동통신 시장 흐름을 반영할 때, 국내에서 2가지 망을 모두 시험할 수 있는 점은 월드폰 등 향후 출시할 신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하지만 정부가 아닌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GSM망을 구축할 경우 LG전자·팬택 등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