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ED燈을 단 오징어배

장동준

 최근 일본 NHK는 아침 뉴스에서 밝은 빛으로 오징어를 잡는 니가타현의 한 어촌 마을을 보도했다. 오징어는 빛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대표적 어종이다. 밤바다를 하얗게 밝히는 오징어잡이 배의 정경은 매년 반복되는 단골 뉴스지만 이번 NHK의 보도는 사뭇 달랐다.

 오징어잡이 배는 보통 백열등을 집어등(集魚燈)으로 이용해 오징어를 잡지만 일본 배가 사용한 광원은 LED였다. LED는 백열등에 비해 장점이 많다. 전력 소모는 10% 미만이며 수명도 반영구적이다. LED 자체의 가격이 백열등에 비해 비싸지만 일본 어부는 비싼 백색LED 대신 상대적으로 값이 싼 청색LED를 사용해 부담을 줄였다. 청색LED를 이용한 오징어 집열등은 일본의 LED업체가 니가타현 어업 담당자에게 제안해 만들어졌다. 니가타현은 기존 백열등의 수명이 다한 배에는 청색LED 설치를 지원한다. NHK 보도에 나온 일본 어부는 “백열등에 들어가는 전력 비용이 만만치 않았는데 LED로 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밝은 웃음을 지었다. 어민과 LED업체가 모두 실리를 거둔 사례다.

 이 보도가 시사하는 점은 응용 제품의 중요성이다. 최근 백색LED에 밀려 청색LED는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일본 LED업계는 기왕 개발한 청색LED의 수요처를 다양한 응용 제품으로 발굴하고 나섰다. 국내 부품업계는 과거 일본의 청색LED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다시 일본 업체가 백색LED를 개발하자 또 그 뒤를 쫓았다. 대부분의 전자부품 분야에서 이 상황은 반복된다. 국내 업체가 일본 업체를 따라가면 일본 업체는 다른 신제품을 내놓고 국내 업체는 다시 그 뒤를 쫓는다.

 기술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기술력을 쌓으면 이를 발휘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력이 좀 뒤지더라도 기발한 응용 제품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는 많다. LED뿐 아니라 애써 쌓은 기술력을 상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모든 전자부품 업계에 잠재돼 있다.

 국내 부품업계는 선진국, 특히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불철주야 달려왔다. 이제 응용 제품에 눈을 돌려야 할 시기다. 2006년에는 국산화 소식보다 국산 부품을 이용해 각 분야에서 히트를 치는 응용 제품이 더욱 기대된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