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퇴임하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정명희 회장

[이사람]퇴임하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정명희 회장

 “지난 2년간의 화두는 과학기술중심사회 구현이었습니다. 과기부총리제 도입과 여성 채용목표제 실현, 과학기술혁신본부의 태동이라는 변화 속에 여성 과학기술인의 위상도 많이 향상됐다고 자평합니다.”

 오는 31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제5대 정명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53)은 “19년 전 유치 과학자 형태로 한국화학연구원에 뿌리를 내릴 당시만 해도 정규직 대접을 받는 여성 연구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세상 바뀐 것은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식이나 부의 분배가 양극화 현상을 보이며 과학기술계 구조도 남과 여가 이분화되어 맞물려 돌아갔지만 최근에는 남녀 과학기술인들이 서로 힘을 합치고 조화를 이루려는 시점에 이른 것 같다”며 지난 2년간 회장직을 수행하며 느낀 소회를 털어놨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탄생한 지 12년 만에 여성 과기인들은 전문성, 경영능력 등에서 일정 역량을 갖추게 됐다”며 “이제부터는 역량에 맞는 역할, 뒤집어 말해 사회에 기여할 의무가 더 커졌다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그렇게 보면 사회나 정부가 여성의 역할을 발휘할 장을 펼쳐주거나 책임을 맡길 때가 되었다고 본다”며 “채용 목표제 등이 하루 아침에 완벽히 자리잡지는 않겠지만 각계가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은 지난 8월 전세계 49개국 여성 과학자 700여 명이 모인 제13차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에너지기술(ET), 우주항공기술(ST)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여성 과학기술인력은 전세계에 모두 2만 여명에 달합니다. 우리 나라가 세계로 뻗어가기 위한 인적 네트워크의 기반을 확보한 셈이죠.”

 정 회장은 이와 함께 우리 나라 과학기술계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과학기술은 거꾸로 가는 경우가 없습니다. 관건은 속도와 조직의 견실성의 문제입니다.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R&D 틀이나 프로젝트 틀의 문제를 거론하기 보다는 ‘사업의 투명성과 개방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기존의 틀에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입니다.”

정 회장은 여성과기인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여성 과기계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 힘을 모을 배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여성 과기인의 희박한 참여의식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스스로 묶는 족쇄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