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문화산업 벤처지원 절실하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512/051222115041b.jpg)
부도 위기에 몰린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GM이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해야 살아남는다며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소니는 이 분야로 중심을 옮긴 지 오래다. 세계 유수 기업과 선진국들은 문화산업이 미래 중심산업이 될 것이란 확신 아래 육성에 혈안이 돼 있다. 우리 정부도 의욕적으로 ‘문화산업 5대 강국’이란 비전을 세우고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역할과 전략에 큰 기대를 걸면서 철저히 문화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현실성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산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표적인 벤처산업이라는 점이다. 대규모 자본이나 인력이 필요치 않고 좋은 아이디어나 스토리만 있으면 시작이 가능하다. 벤처산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한다. 신규성·고수익성·고성장성 등의 높은 성장의욕과 투철한 기업가 정신, 고도의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예를 보면 매년 80여편이 상영되지만 20편 정도만 제작비를 뽑는 영화산업이나 고작 20편 정도가 시장에 나오고 5∼6편이 성공하는 게임산업의 현실에서 1200여개의 영화제작사, 3000여개의 게임회사가 먹고 살 방법이 없다. 그러나 성공한 영화나 게임들을 보면 그 부가가치가 상상을 초월해 투자자본의 수백배를 뽑고 로열티를 받는 수명도 수십년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문화산업의 지원책을 따로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문화산업을 대표적인 벤처산업으로 인식하는 것이 시급하다.
제조업 분야나 IT 분야에서의 기술개발 지원이나 시제품 생산지원을 문화산업의 기획 및 프리프로덕션 단계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동안 공공부문에서의 지원은 기껏 장비를 사거나 시설을 갖추는 데 집중돼왔고 최근에 와서야 인력 개발이나 문화원형 개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화산업 벤처의 위험을 덜어주고 시장에서 활발하게 제작비를 조달하도록 지원하는 방법은 작품의 데모를 만드는 일이고, 이 단계에서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로는 문화산업 업계의 현실을 감안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점인 협소한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시장으로 나아가야 문화산업의 비전이 현실화된다.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화산업 벤처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보·신용·파이낸싱·네트워킹·마케팅 등 분야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장르별, 제작 파이프라인 간의 역량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좋은 스토리를 창작하고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며, 프리프로덕션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역량을 높이는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역량을 네트워킹을 통해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독자적인 역량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호구지책을 걱정해야 하는 개인이나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기업차원에서 해결하기엔 너무 크고 근본적이다. 결국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풀어야 할 과제다.
지원 대상과 분야는 기업에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많은 사업이 기업보다 연구소나 대학의 원천기술 개발 분야로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문화상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해외 파트너와 역할분담을 통해 세계적인 기술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작품을 제작해 보면서 기술과 재주를 익혀야 좋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90년대 후반 몇몇 대기업이 문화산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경험했다. 문화콘텐츠산업의 특성상 그 저변인 벤처기업이 성공해야 문화산업 강국이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음악·영화·게임 등의 장르에서 경이로운 한류 확산을 보며 우리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과 네트워크 구축, 전문인력 양성, 프리프로덕션 지원 등 현실적인 문화산업 벤처육성책이 하루빨리 마련되어 더 많은 문화콘텐츠 벤처기업이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yjkim@gitc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