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도우미의 카리스마

한국HP 역시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매년 크고 작은 행사를 개최한다. 최근 산업과 업종의 특성으로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행사가 줄었다고 하지만, 일년에 1회 이상은 한국HP를 대표하는 큰 행사가 꼭 열린다.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참석자의 수다.

 전날까지 아니 행사가 시작되는 그 순간에도 예상한 고객 수보다 더 많은 고객이 참가해 주기를 고대하고 또 고대한다. 그러나 고객이 많이 참가했다고 해도 주최 측의 진땀을 빼는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진행했던 큰 행사에서 발생한 일이다. 사전등록자 수가 많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왔다.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행사였지만 아침부터 세미나 발표 자료집, 기념품이 동이 났다. 심지어는 점심식사 자리도 모자라서 급하게 식당을 예약했고 고객들이 행사 장소가 아닌 별도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등 행사 참가자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장 고대했던 많은 참가자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고객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기세였기 때문이다.

 이 ‘행복한 위기’이라는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 기지를 발휘한 것은 도우미의 미소였다. 그리고 카리스마였다.

 뒤늦게 행사장을 찾은 고객들이 모자라는 발표 자료집과 기념품에 대해 항의를 하려던 찰나,

 “고객니임∼ 예상 외로 많은 고객분이 오셔서, 자료집은 행사 후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으시고요.”

 이어지는 도우미의 비단결 같은 목소리, 상큼한 입가의 미소와 화사한 외모로 이미 그 고객은 제압당하고 말았다.

 오히려 고객들은 “네에∼∼” 하며 긍정의 반응을 보인 후 더 해줄 말이 없냐는 표정까지 지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여서 그럴까, 아니면 어떤 직업이라도 최선을 다해 고객 만족을 실현한 결과라고 할까. 위기는 다시 기회의 순간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도우미여! 나는 그대들의 역할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았다. 단정한 옷차림과 외모로 평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고객 불만족 상황을 고객 만족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 사게 됐다는 것이다. 행사에 사람이 많이 오면 많이 오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

◆이남희 한국HP 마케팅 차장 namhee.lee@h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