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혁신과 개혁의 차이](https://img.etnews.com/photonews/0512/051229020413b.jpg)
공직사회나 기업을 가릴 것 없이 모두 ‘혁신’과 ‘개혁’에 매달리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의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거나 등한시하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그런만큼 혁신이나 개혁을 위한 경쟁 또한 점점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혁신’과 ‘개혁’은 새롭게 바꾼다는 뜻으로 사전적 의미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개혁’보다는 ‘혁신’을 선호한다. 기업 내에서 개혁을 하겠다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규모 감원 조짐에 움츠리는 사람도 있지만, 개혁이라면 이미 수없이 경험했으니 할 테면 해보라는 배짱그룹도 있다.
무릇 개혁 과정은 소수가 주도하게 되지만, 개혁의 대상이 되는 다수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는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경우 개혁을 추진했던 의로운 소수(?)는 역적으로 몰릴 수 있다. 험난한 과정과 큰 대가를 치러 이루어진 개혁이 완성된 후에도 개혁을 주도하던 세력이 힘을 잃으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반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개혁이 이처럼 조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되는 반면, 혁신은 조직의 한 부분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개혁과는 달리 혁신에 대해 조직 구성원들은 비교적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 혁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당장 자기 그룹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대부분의 구성원은 혁신그룹에 대해 대체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혁신이 성공할 경우 그것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개혁 못지않다.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그룹은 조직 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며 혁신에 동참하지 못한 나머지 그룹은 상대적 열등감을 가지며 혁신 성공모델을 따라 하려는 방향으로 스스로 선회하게 된다.
개혁에 대해 대다수 구성원이 부정적·수동적 태도로 일관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혁신 모드에서는 소극적이지만 덜 부정적이고, 성공할 경우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혁신의 결과를 수용한다. 이미 검증된 혁신의 성공모델만 따라 가면 돼 시행착오의 리스크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개혁의 경우처럼 원상 복귀하려는 부작용도 크지 않다. 이처럼 혁신과 개혁은 의미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 개혁이란 단어는 보기 어렵고 혁신은 늘 부족한 2%를 채우는 주요한 슬로건이 된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 해도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IT 분야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 일거리를 만들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혁신’ 모델인 IT839 정책을 중심으로 많은 일이 진행됐다. IT839 중에서도 곁에서 지켜 본 와이브로 사업은 대표적인 ‘혁신’ 결과물로 감동적이었다. 통신장비업체 직원들과 KT 엔지니어들이 합동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노력해 나온 산물이다. 와이브로가 APEC에서 21개국 정상과 세계 유수 대기업의 CEO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시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정부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해외 홍보, 삼성전자 기술의 국제표준 채택 등은 와이브로 세계화의 기반이 됐다. 특히 우리나라가 무선인터넷 표준을 주도함으로써 퀄컴에 대한 의존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됐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내년에 시작되는 KT의 시범사업은 꼭 성공해야 한다. 우리 IT산업의 대표적인 혁신 모델인 IT839 정책이 와이브로를 통해 성장동력의 한 성공 모델임을 우리 사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IT업계의 재도약을 위한 ‘혁신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양극화와 내수 침체, 청년 실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에 새로운 신바람을 불러 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병술년은 IT산업 분야가 우리 사회를 혁신모드로 선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흥식 기산텔레콤 전무 hspark@kisan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