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박쥐 한마리가 경북 문경 한 동굴에서 발견돼 화제가 됐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동물 제1호로 지정해 놓았을 만큼 희귀한 동물이다. 암수 비율이 1 대 40으로 번식이 용이치 않은 데다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지구촌 멸종위기 동물로 분류된다.
황금박쥐는 애기박쥐과의 붉은박쥐(copper-winged bat)다. 오렌지윗수염박쥐라고도 불리며 모습이 예쁘다. 우리나라엔 전남 함평군 대동면의 한 동굴에 대단위로 서식해 주목받고 있다. 주민과 군의 관리로 99년 60여마리이던 것이 지난해엔 160여마리로 크게 늘었다.
황금박쥐 서식지 보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함평군민들은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멸종위기 포유동물 1호인 황금박쥐를 정치적 목적으로 빈번하게 거론하는 데 따른 불만 때문이다. 좋은 의미로 부각되면 문제 없겠지만 황우석 교수를 지원하는 정치권 친목모임에 귀한 황금박쥐 이름을 가져다 붙이는 것이 불쾌하다는 것이다.
황금박쥐 모임은 지난해 초 황 교수와 함께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 박기영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중심이 된 황 교수 지원 참여정부 내 실력자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황-김(金)-박-진’인 이들의 성을 따 ‘황금박쥐’ 모임이 됐다.
최근 황 교수의 연구가 진위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치권 황금박쥐가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내년 초 개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황금박쥐 모임의 재평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연구 검증 없이 지원만 퍼부었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인들을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인책을 골자로 한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개각에 대한 소문도 뜨겁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황금박쥐 모임의 주인공은 “서로 바빠 몇 개월째 만나지 못했다” 식의 말로 황 교수와의 관계에 선을 그어 슬그머니 발을 뺄 태세다. 황금박쥐 보호에 적극적인 함평군민들이 충분히 짜증을 낼 만한 대목이다.
‘황우석 파문’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건이다. ‘반전드라마’의 기미를 보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속칭 ‘황금박쥐’ 내 실력자들의 행태는 책임감 있는 공인의 태도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오렌지 빛깔의 귀하디 귀한 황금박쥐는 온데 간데 없고 흔해 빠진 박쥐 근성만 눈에 띄는 듯싶어 안타깝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