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업계가 저작물 무단 공유를 막는 필터링 기술을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저작권 강화 분위기를 등에 업은 몇몇 권리자들이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고 내부에서 조차 회의론까지 등장하면서 업계의 자구책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13개 P2P 업체로 구성된 ‘P2P협의회’는 최근 ‘필터링 기술 탑재’라는 큰 틀의 방향을 정하고 권리자들과 협의하고 있다. 저작물을 걸러내는 필터링 기술을 탑재해 권리자들을 보호할테니 안정적인 사업을 보장해달라는 의미다.
전현성 협의회 회장은 “필터링 기술 보유 업체들을 만나고 있다”며 “P2P 서비스에 채택이 용이하고 효과가 좋은 기술을 찾는다면 협의회 구성원들이 공동구매 형식으로 이를 구입해 채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P2P 업계가 자구책을 내놓은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지난 8월에 나온 소리바다 서비스 중지 명령 탓이 크다. 네티즌들의 공유 활동에서 부가적인 이익만을 얻었던 소리바다에까지 저작권 침해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네티즌들의 공유를 통해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한 대다수 유료 P2P 업체들은 법적으로 빠져나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이달 초 P2P업체 프루나를 상대로 서비스중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업계는 유료 온라인 음악 서비스가 자리를 잡고 영화 업계까지 단속에 나서는 내년에는 이같은 법적 대응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자구책이 얼마나 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P2P 서비스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수많은 권리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권리자들 중에는 ‘콘텐츠의 선허락 후사용’처럼 업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요구하는 강경파도 있다.
근본적인 사업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네티즌들이 원하는 것은 개봉영화나 인기가요처럼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라며 “필터링 기술로 이를 걸러내는 P2P 서비스가 외면받을 것이 분명한데 무엇을 바라고 비싼 돈을 들여 필터링 솔루션을 탑재하겠나”고 반문했다.
전전긍긍하는 업계와 달리 권리자들은 여유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권리자는 “P2P 업체들이 자꾸만 자신들을 사업 파트너로 생각해달라고 하는데, (물론 그들을 배격할 생각은 없지만) 법원의 판단에 의해 대부분 잠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업체들이 동일한 출발선을 요구하는 것부터가 무리”라고 말했다.
여기에 저작물 보호 기술조치를 의무화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에는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어 관련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