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엔씨 소프트 대한민국문화원정대 동행 취재기

서울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12일, 기자는 비 속에서도 기분이 좋았다. 맑은날이 아님에도 기분이 들떠 있었던 것은 아마도 멋진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바로 ‘2006 대한민국 문화원정대’ 대원들이다. 지난달 25일 목포를 출발해 26박 27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 자랑스런 젊은이들과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쏟아지는 비쯤은 아무 문제가 되지 못했다. 처음부터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잠시라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렇게 기자는 그들과 만나기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서울을 벗어난 버스는 이내 목적지인 서산을 향해 속력을 내고 있었다. 서산에 가까워질수록 빗줄기는 점점 심해지고, 빗속에서 행군할 젊은들이 걱정됐다.

그렇게 2시간정도 지났을까? 원정대가 숙영할 부촌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원정대는 현재 도보로 1시간 30분정도 거리에서 중간 휴식 없이 숙영지로 돌아오고 있다는 현지 진행 요원의 안내를 들으며, 원정대와 합류하기 위해 모자와 우비를 지급받고 원정대가 걸어오고 있다는 곳으로 떠났다.

10분정도 차량을 타고 이동하니 저 멀리서 원정대가 나타났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힘차게 걸어오는 그들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자! 내리시죠. 이제부터 함께 걸으셔야 합니다. 그래도 더운것보다 나을것이니 힘들 내세요.” 진행요원은 이렇게 격려의 말을 남긴채 사라졌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일단 원정대에 합류하셨으면 통제에 따르시길 바랍니다. 거기 뒤에 오와 열을 맞춰 대열에 합휴하세요!!” 행군 통제 요원은 딱딱한 목소리로 대열을 지키지 않는 기자들에게 호통을 쳤다. 예상밖에 호통과 살벌한 분위기…. 순식간에 원정대원이 되버린 일행은 후미에서 오와열을 맞춘채 조용히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그렇게 몇분을 걸었을까. 비는 점점 굵어져만 갔다. 그때쯤 한 원정대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고 “대한민국! 원정대는 할 수있다! 화이팅!” 이라는 구호가 그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목포에서부터 걸어서 서산까지 도착한 사람이라곤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패기의 함성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들려오는 격려의 목소리와 힘찬 구호들! 그들은 이미 힘든것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듯 했다.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를 비롯해 “팔도 사나이”라는 군가까지 행군은 그들에게 고통이 아닌 축제였다.

30분정도 걷다보니 자연스레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기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록 쏟아지는 비때문에 원정대원들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우비 아래로 드러난 까맣게 탄 다리만 보더라도 지난 몇일간의 모습이 상상이 갔다.

점점 시내에 가까워지자 차량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 할 것없이 다들 원정대원들에게 “화이팅! 힘내세요” “젊은이들 대단하네” 등 격려의 말을 전해주는 모습에 나 자신도 원정대원인양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한시간 반정도 걷자 목적지인 부촌 초등학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점차 빨라지는 원정대원들의 발걸음. 후미에 있던 기자는 선두와 맞추기위해 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에 젖은 신발과 몸은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두시간도 채 걷지 않았는데, 이렇게 힘들줄이야. 이렇게 십몇일을 걸어온 원정대원들은 정말 대단하다’라며 속으로 감탄했다.

부촌초등학교에 도착하자 원정대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또 하나의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하루 일정을 무사히 마친 그들은 저마다의 기쁨을 표시하며 함께 그 열정을 나누고 있었다. 비록 함께 한 시간은 적었지만, 빗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는 원정대원들의 모습을 보며 이기적인 요즘 젊은들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함께 걷는다는 것, 그리고 힘이 들 때 의지할 동료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이기적인 모습은 자리잡을 틈이 없을 것이다. 문화원정대원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고, 이기적인 모습보다는 동료대원을 배려할 줄 아는 젊은이들로 변해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힘들 때 짜증나고, 도전의식이 결여된채 빡빡한 일정에 갇혀 정신없이 보냈던 지난 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다. 문화원정대원들은 나에게 도전의식과 상대방을 위한 배려를 다른 무엇보다 감동을 안겨다 주었다.“내가 태어난 나라를 걷지 않고서 다른 나라를 느껴본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번 문화원정대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인 하수정양(21)은 직접 걸어보니 정말 우리나라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 양은 “걸으면서 온 몸으로 느껴본 산과 강과 논과 밭들은 지금껏 보아오던 차창 밖 풍경과는 너무도 달랐다”며 “풀냄새, 귓볼을 스쳐지나는 바람, 밝게 빛나는 별 등 모든 것이 이 땅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집 생각도 나고 눈물이 쏟아진 적도 많았지만 이젠 힘들어 하는 동료를 위로해 줄 정도로 강인함을 배웠다.

“다음에 외국에 나가게 된다면 외국 친구들에게 우리나라를 좀 더 멋지게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건강하고 밝게 웃음짓는 하양을 보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미래의 민간외교관을 보는 듯 했다.엔씨소프트가 주최하고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영석대장이 원정대장을 맡고 있는 대학생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이다. 2004년 동해안과 휴전선(830KM), 2005년 남해안 도보행군(707KM)에 이어 2006년에는 서해안 680KM 종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출발 26박 27일동안 128명(남녀 각 64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4명이 탈락해 124명이 마지막 도착지인 서울을 목표로 강행군을 하고 있다.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