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일변도를 달려온 국내 전자·통신업계가 최근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 나서고 있다. 시장 수요는 포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주력사업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낀 탓이다. 대외적으로는 환율하락, 고유가 등 불안한 경제여건에, 중국을 비롯한 값 싼 제품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도 위기감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덕분에 ‘차세대 먹거리 발굴’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단순한 사업 아이템 선정 뿐 아니라,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론적 이슈도 찾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인 것이다.
글로벌 양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블루오션’ 전략을 주창하며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KT, SKT와 같은 통신사업자, SI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새로운 금맥을 찾아나선 대기업들의 활약상은, 예년과 달리 정보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불확실성이 판을 치는 시기이기에 더욱 중요한 ‘교과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 조리기기사업팀
최근 가정의 주요 문화공간이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동하면서 조리기기 시장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주부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가족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 바람까지 거세져 이같은 분위기는 한층 탄력을 받는 추세다.
실제 올해 세계 조리기기 시장은 310억달러(약 30조원)로 전체 백색가전 시장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3대 생활가전 부문과 비슷한 규모다. 특히 2010년에는 350억달러 규모까지 늘어나는 등 조리기기 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게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가 생활가전총괄 안에 조리기기사업팀을 신설한 것도 사업의 가능성을 엿본 때문이다.
조리기기사업팀은 기존 전자레인지사업팀에서 변경, 신설된 것으로 마케팅·연구개발 등 조직에서도 대폭 강화됐다. 전기오븐·전기쿡탑·빌트인 전자레인지 등 고급 프리미엄 조리기기들이 주력 제품으로 전자레인지 시장을 전기오븐으로 대체하는 한편, 주방가전의 풀라인업을 구축해 ‘토털 키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장기 비전을 갖고 있다.
조리기기 시장의 대표격인 전자레인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최고 강점을 보유하고 있던 제품. 79년 국내 최초 전자레인지 생산, 83년 전자레인지 핵심부품인 마그네트론 국내 최초 개발, 2004년 최단기간 누적생산 1억대 돌파 기록은 유명한 얘기다. 하지만 전자레인지 보급이 보편화되고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전자레인지 시장의 매력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조리기기사업팀도 기본 전략을 전자레인지 대체 수요에 맞추고 있다. 프리미엄 전기오븐으로 전자레인지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다.
이미 바코드만 갖다 대면 자동으로 조리해 주는 스마트오븐이나, 2개의 컨벡션으로 조리 성능이 뛰어난 트윈 컨벡션은 이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오븐이 지원하는 식품만 국내 140개, 해외 250개에 달하며,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개발한 국내외 조리법만 100개를 넘은 상태다.
아울러 조리기기사업팀은 가구와 연계된 빌트인 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출시된 빌트인 전자레인지(OTR, Over the Range)는 후드와 오븐의 복합형으로 기존 오븐보다 4배나 요리시간이 빠르고, 200개 자동조리기능이 내장돼 쉽고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터뷰-서병삼 조리기기팀장
“2010년까지 조리기기 매출을 25억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이 정도면 세계 시장 점유율 10%입니다. 단기간에 조리기기 사업의 일류화를 달성하는 셈이죠.”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조리기기사업팀을 지휘하고 있는 서병삼 상무는 힘있게 ‘비전 2010’을 제시했다.
현재 조리기기사업 규모가 8억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2010년 25억달러 목표는 무리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와 달리, 서 상무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지속적인 제품 라인업 확대 △다양한 조리를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오븐 개발 △유럽과 CIS 등 전략국가 중심의 마케팅 투자 확대 △글로벌 디자이너 및 세계 명품가구인 살바라니와 제휴한 빌트인 사업 강화 전략을 통해 실현 가능한 게임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오븐은 독일 iF 커뮤니케이션디자인상, 레드닷 디자인상, 일본 굿디자인어워드 등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상을 휩쓸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서 상무는 “업계 최단기간 전자레인지 누적생산 1억대 돌파기록의 저력을 전기오븐 시장에서도 재현해 보이겠다”며 “주방가전의 풀라인업 구축을 통해 토털 키친 솔루션을 제공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사진; 삼성전자 조리기기사업팀 팀원들이 스마트 오븐의 최적 조리법 개발을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