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전력 원격검침 사업이 고속 전력선통신(PLC) 기술개발을 기다리며 지지부진한 것을 놓고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2001년 저압용 원격검침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몇년째 가정용 원격검침 사업을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원인이 산자부가 고속 PLC의 적용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다른 기술을 적용한 원격검침 방식에 대해 배타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충분히 원하는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CDMA 방식이나 저속 PLC 방식이 있는 데도 아직 원하는 기능을 발휘 못하는 고속 PLC 방식을 기다리면서 원격검침 사업 자체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 다른 방식을 갖춘 기업들에게는 사업 경쟁권마저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속 PLC전문업체 플래넷아이엔티 김승기 이사는 “원격검침 사업에는 단순 데이터만 이동하기 때문에 고속 PLC를 채택해야할 뚜렷한 이유가 없고 저속 PLC로도 원하는 성능은 다 구현할 수 있다”며 “고속 PLC칩을 육성해 국가 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도 좋지만 전력분야 원격검침 사업자체가 부진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시장인 전력분야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보니 한전 저압 원격검침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누리텔레콤(CDMA 방식)이나 옴니시스템 등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누리텔레콤은 태국·노르웨이 등에서 해외 수주를 확대하고 있고 옴니시스템도 키르기즈스탄 전력회사와 사업을 진행하며 현지공장을 만들고 있다. 특히 한전과 누리텔레콤은 최근 GSM방식으로 필리핀 원격검침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해외 수출 품목으로 밀고 있는 원격검침 방법을 국내에서는 외면하는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원격검침 A업체 사장은 “해외에서 국내 원격검침 기술과 제품에 대해 큰 호평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국내에서 한전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면 국내 원격검침기술은 더 많은 해외성과를 내며 주요 수출 품목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은 지난 6월 한전에 대해 원격검침사업에서 전력선통신(PLC)을 활용키로 정하고도 무선통신 방식을 적용하면서 사업비의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복 투자 문제와 함께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전력IT기반의 새로운 서비스 창출과 활성화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사 사장은 “수백억원의 정부 돈이 들어간 고속 PLC는 아직 상용화 수준이 못되고, 다른 기술들은 이미 검증을 마쳤는데도 활용되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그동안 업계의 불만이 높았고 고속 PLC 채택시 특정 업체에만 이득이 되는 상황인데도 산자부에 이어 감사원까지 고속 PLC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