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최강 구원투수 `남용 카드` 선택

 LG전자가 ‘남용 체제’를 선택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IT기업이지만 실적 부진으로 내몰리면서 ‘최강의 구원투수 카드’를 뽑아 든 것이다.

 LG전자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1월 1일자로 대표이사 부회장에 남용 현 LG 전략사업담당 사장을 전격 선임했다. 또 △강신익 디지털디스플레이(DD)사업본부장(부사장) △안승권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장(부사장) △박석원 한국마케팅부문장(부사장) △정호영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를 각각 인사발령했다. 이는 LG전자의 최고 수장부터 핵심 경영층을 전면 교체한 파격적인 인사로 대대적인 경영 전략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남 부회장을 LG전자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한 데는 구본무 회장의 강력한 개혁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화학-통신으로 이어지는 그룹 주력사 가운데 통신을 제외한 전자와 화학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남 부회장은 그룹 내 CEO 인력 풀 가운데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돼 왔다. LG텔레콤 사장에서 의외의 사태로 낙마한 것이 오히려 그룹 모회사격인 LG전자의 새로운 비상을 위한 계기가 된 셈이다.

 남 부회장의 이력을 보면 향후 LG전자호의 항로를 점칠 수 있다. 과거 그에게는 몇 가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그룹의 대표적 ‘전략기획통’ ‘영어를 가장 잘하는 CEO’가 그것이다. 회장실 근무시절 그룹의 비전 작업을 담당한 이후 ‘전략기획’과 ‘혁신’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LG텔레콤 시절에는 영국 BT와의 합작으로 뛰어난 영어실력과 글로벌 경영감각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오히려 야전 지휘관으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했다. 190만 가입자에 만성적자로 생존을 위협받던 회사를 ‘혁신’시키면서 퇴임할 때에는 가입자 680만명에 최대 수익을 냈다. ‘돌파력과 뚝심의 경영자’라는 닉네임이 덧붙여졌다. 게다가 그는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면 정부나 경쟁사와의 갈등과 대립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여론에 호소해 이해를 관철하는 만만치 않은 ‘정치적 감각’까지 보여주었다.

 업계는 이에 따라 LG전자에도 혁신을 통한 성과주의 체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장’을 가장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상 고객 가치와 현장 밀착형 경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LG텔레콤의 전국 지점 직원들 이름까지 줄줄 외웠다. 도요타자동차를 모델로 혁신 세몰이에 나서 ‘일 잘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조직’으로 바꿨다. LG텔레콤에는 아직도 직급별·직원별로 ‘일 잘하는 법’ 매뉴얼이 있다.

 그가 LG텔레콤의 체제를 확실하게 바꾸면서 흑자 구조로 전환시킨 것은 ‘유통망 수술’이 최우선 순위에 자리 잡는다. 대리점 간 이해가 난마처럼 얽혀 누구도 엄두를 못 냈던 유통망을 전면 쇄신, 경쟁력 기반을 확보했고 후발주자로서 생존조건을 마련했다. 이 부분을 지금도 통신업계에서는 ‘남용의 승부수’가 성공한 사례로 평가한다. 그래서 CEO 남용은 ‘혁신’의 동의어다.

 LG전자에서도 비슷한 행보가 예상된다. 조직의 지속적 혁신, 이를 통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전략상품, 히트상품 개발이 추진될 전망이다. 사업부별 고객접점 강화와 고객 가치 실현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또 전략 부문인 휴대폰은 그가 사업자 CEO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각의 접근도 점쳐진다.

 이경우·서한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