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다섯 명이 매달려 윈도비스타 호환성 확보 작업에 날마다 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인터넷 뱅킹에 적용되는 키보드 보안 솔루션을 만드는 한 보안 업체 이사의 말이다. 벌써 몇 개월째 신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은 뒷전이고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 고객사의 호환성 확보에 목을 매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이사는 비스타용 제품 개발을 ‘울며 겨자먹기’라고 표현했다.
이달 말 출시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운용체계(OS) 윈도비스타 때문에 정부와 보안 및 SW 관련 업체들이 홍역을 앓고 있다. 이 업체뿐만 아니라 인터넷 뱅킹이나 전자정부, 각종 포털에 액티브X 형태로 솔루션을 납품했던 모든 솔루션 업체의 한결같은 고민은 SW 유지 보수에 관한 비용이다.
윈도비스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면서 은행과 정부는 관련 솔루션 업체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은행은 인터넷 뱅킹 장애라는 혼란을 막고자 개발 업체에 윈도비스타용 키보드보안과 PC방화벽을 무상으로 업그레이드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업체 입장에서는 황당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과거 솔루션 계약 당시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를 하지 못한 기업들은 최대 레퍼런스로 꼽히는 은행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지 못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대기업이 이럴진대 중소업체들의 현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양쪽 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초 마이크로소프트는 12월 말까지 주요 인터넷 뱅킹과 정부 사이트는 호환성이 모두 확보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로 호환성 점검에 들어가니 영세한 국내 기업들이 여러 보안 모듈을 비스타와 호환하기 위한 총체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갖추지 못했고 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거기에 개발비도 대지 못하는 기업이 수두룩했다. 이렇게 개발된 비스타용 제품들이 별 탈 없이 운영되길 기도할 뿐이라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미국의 거대 SW 개발사의 OS가 출시되면서 국내 SW 시장의 우울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은행이나 전자정부 등 발주처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모두가 SW를 제 값 주고 사고 파는 환경이 마련되면 이같이 주먹구구식으로 개발하는 SW 문화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김인순기자·솔루션팀@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