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L 5년 `국내 양적 확산`

  웹2.0 개념의 확산과 더불어 인터넷 저작권 공유 운동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가 국내에도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유를 통한 새 창조성의 발현이라는 단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섯돌 맞는 CCL=CCL의 근본 취지는 자신의 저작물을 특별한 경우만 제외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더 많은 저작물이 나오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환경에서 모든 사람의 저작권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다. 

미국 법학자 로렌스 레식 교수가 2001년 ‘크리에이티브커먼즈’를 설립하고 2002년 12월 16일 저작자 표시 유무-영리 사용여부-변경가능 여부에 따라 총 6개의 조합이 가능한 CCL 첫 버전을 처음 발표했다.

5년만에 3800만개의 인터넷 콘텐츠에 CCL이 적용됐다. 미국 과학공공도서관과 같이 보유 저작물에 CCL을 적용하는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서도 확산 일로=우리나라에도 CCL을 적용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NHN은 내년 1분기 네이버 블로그, 까페에 사용자가 CCL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3일엔 2인조 DJ 듀오 ‘버스트 디스(BUST THIS)’가 국내 최초로 CCL을 적용, 다른 사람들이 음악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한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 3월에는 전자신문, 조선일보 등 10여개 언론사가 DB로 확보한 사진에 CCL을 적용해 공개한 ‘뉴스뱅크이미지(image.newsbank.co.kr)’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오고스 첼리오티스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가 지난 6월 야후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CC커뮤니티가 건설된 35개국가(미국제외) 중 4번째로 CCL 적용 콘텐츠가 많은 나라다. CCL을 적용한 한국 콘텐츠는 약 80만 개에 달한다. 구글 검색을 사용한 조사에선 16위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급속도로 확산된 셈이다.

◇질적인 성장이 필요할 때=그러나 단순한 CCL 적용 콘텐츠만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첼리오티스 교수 보고서는 CCL의 자유도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창조성 자유도에서 평균 1.6점으로 33위, 상업성 자유도에서는 평균 1.7점으로 3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들은 CCL은 도입하더라도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와 같이 강력한 제한을 거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국내 CCL 운동을 이끄는 윤종수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국내 인터넷 사용자는 무의식적으로 비영리 변경금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저작물 공유를 통한 다양한 새 가치, 저작물 창조’라는 CC의 근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사용할 의도가 전혀 없는 저작물임에도 변경이나 이용을 모두 제한하는 것은 잠재적인 가치를 그대로 사장시켜버리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윤 판사는 “상업적으로 사용할 의도가 없는 저작물이라면 사회적 기부와 같은 차원에서 모두가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나눔의 문화가 CCL 근본 취지”라며 “내년 CC코리아도 이런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작업들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CC코리아(www.creativecommons.or.kr)는 내년초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인터넷사업자와의 협력 등 다양한 CCL 확산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오는 16일 CCL 다섯살 생일을 맞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CC 커뮤니티에서 문화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