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방송위원회와 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로 통합,신설되는 격변을 겪었다. ‘융합’ 기치 아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이 한지붕 아래 둥지를 틀었는가 하면 개인정보유출로 ‘초고속 인터넷 사업(영업)정지 40일’, 저작권 침해로 인터넷기업 대표 구속과 같은 태풍이 몰아쳤다. 촛불집회와 아고라로 대표되는 인터넷포털의 결합은 미디어정책 전반에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유가와 이로 인한 원부자재가 상승, 물류파업 사태는 산업 전반에 커다란 주름살을 지게 만들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인 최초 우주인 탄생으로 우주시대를 향한 국민들의 가슴을 들뜨게 만들었다.
<정부조직 개편>
실물 경제 총괄 부처로 출범한 지식경제부는 ‘기술-생산-수출’로 이어지는 산업시스템 전체의 대개혁을 모토로 내걸고 출발했다. 백년대계인 연구개발(R&D) 개혁을 위한 청사진이 나왔고, 국가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분주한 발놀림이 계속됐다. 하지만 미시 산업 정책에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도 전에 유가 폭등, 원자재가 상승, 환율 비상이라는 폭풍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일 한번 못해보고’ 상반기를 마감하게 됐다. 지난 5월 반짝 흑자로 돌아섰던 무역수지마저 6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산업 내외부 환경은 악화될대로 악화된 지 오래다. 옛 정보통신부로부터 이관 받은 정보기술(IT)산업 정책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IT업계는 ‘뜬구름’ 같은 목표 지점만 난무할 뿐, 주무부처 장차관은 에너지·무역장관으로만 뛰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주력산업+IT’라는 키워드에 대해 산업계 전반은 공감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얼마나 실속 있게 만들 것인지가 과제다. 지식산업 전반에 기를 불어 넣고, 국가 성장에너지를 회복하는 일이 지난 상반기를 거치면서 정부에 주어진 가장 큰 숙제가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말과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 이어진 정부 조직 개편 작업 끝에 2월 29일 출범했다. 최시중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은 혹독한 국회 인사청문절차를 뚫고 나온 3월 26일에야 서울 세종로 20번지 옛 정보통신부 청사에 ‘방송통신위원회(KCC)’ 간판을 내걸었다. 2월 2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뒤 26일 만에 간판을 걸고, 84일 만에야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하는 등 모든 업무가 제자리걸음을 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으로 새 시장, 새 규제 등 폭풍우를 동반한 열대성 저기압이 방송통신 분야를 맹렬하게 휩쓸었다.
<방송통신 정책>
신문·방송 겸영 허용 여부는 방통위 출범 초기부터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허용을 바라는 측에서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겸영을 허용한 사례를 내세웠으나 오히려 ‘규제 수위를 높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논쟁이 발화했다. 또 최시중 위원장이 ‘신중한 검토’를 시사한데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적극적인 개편을 시사하면서 논쟁이 더욱 뜨거워질 조짐이다.
최대 이슈는 역시 ‘촛불 정국’이었다. 지난 4월 말 시작된 촛불집회가 50일 이상 지속하면서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촛불 정국’에 정부의 인터넷 통제 우려가 불거지면서 개인정보 침해방지대책의 신뢰도에 생채기가 났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을 두고 “잘못 쓰면 독”이라고 말하면서 정부의 인터넷 통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NHN과 다음 등 대형 포털은 정부와 네티즌 양측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심한 몸살을 앓았다.
4월 ‘옥션’ 해킹사고로 1081만명에 달하는 국민 정보가 유출되는 악재를 만났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명의도용,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과 같은 제2 피해를 막기 위한 ‘인터넷 개인정보 침해방지대책’을 내놓았다. 고객 정보 수집·저장·이용 단계별로 통신사업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술적 대책을 본격적으로 검토·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로 아이핀(i-Pin)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 강제에 나섰다.
보호 정책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문화부의 저작권법 개정안에 사이트 폐쇄와 개인계정 삭제 규정이 추가될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 업체들의 책임도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검찰이 고의적인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인터넷 업체 대표를 구속하기에 이르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 산업>
6월 들어 기초생활수급자 전체와 차상위계층에게 이동전화 요금감면 혜택을 내놓았으나 역시 ‘촛불 정국’에 휘말렸다. 즉, 정치권 압박에 이기지 못하고 요금감면 대상을 차상위계층으로 확대하고, 감면 시점도 앞당겼다는 의혹을 샀다. 특히 5000억원에 달하는 요금감면 부담을 통신사업자에게 떠맡긴 것은 문제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인터넷(IP)TV 특별법 시행령 제정작업을 둘러싼 방송통신 이해 관계자 간 상충하는 논리다툼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KT를 비롯한 거대 통신사업자의 유료 방송시장 진출에 앞서 지상파와 케이블TV 사업자들은 규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회계분리 △필수설비 이용 △콘텐츠 동등 접근 등을 화두로 거침없는 설전을 벌였다. 또 지상파 TV가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허용을 바라고, 케이블TV 사업자는 소유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위성방송사업자와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도 대기업·외국인의 지분 제한을 완화해줄 것을 바랐다.
유무선 통신상품 결합판매와 무선 인터넷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월 20일 방통위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조건부로 인가하면서 통신 그룹별 결합판매 경쟁에 박차를 가했다. 실제로 △SKT 이동전화와 하나로텔레콤 초고속인터넷 △KT의 초고속인터넷·시내전화·인터넷전화와 KTF의 이동전화를 묶어낸 상품 출시가 임박했다. LG텔레콤도 LG데이콤·LG파워콤과 함께 결합상품 구성을 마쳤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승인조건으로 부여된 ‘무선 인터넷 망 개방’에 따른 각종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가능성도 주목을 받았다. 이동통신 시장은 지난 3월 이후 △휴대폰 보조금 규제 폐지 △3세대 가입자인증모듈(USIM) 잠금장치 해제 △의무약정제 도입 등 잇따른 정책 변화로 사업자 간 번호이동 수요가 폭증하는 등 크게 흔들렸다. 유선통신시장에서는 고객 정보 유출·유용 사건으로 텔레마케팅이 중단되면서 가입자 순증 폭이 크게 줄었다. 하나로텔레콤은 영업정지 40일과 과징금·과태료 등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경제·금융>
2008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에 시달린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연초 배럴당 100달러 정도였던 유가가 30% 폭등하면서 국내 경제는 깊은 시름에 빠져들었다. 유가급등은 곧바로 물가불안과 구매력 저하로 이어져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를 더욱 조여 성장을 위축시켰다.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5월 수입물가가 전년도 대비 83% 급등하며 가계는 물론이고 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정부는 총체적 난국을 맞아 고유가 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외부요인으로 오르는 국제유가와 경상수지 악화에 대해선 뾰족한 대책이 없어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수출드라이브를 위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물가급등을 부추기는 자충수를 뒀다. 고유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환율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수입물가가 급등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5월 4.9%까지 올랐던 소비자 물가는 6월에 5%대로 치고 올라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목표로 한 7% 성장은커녕 4%대로 하락할 것이 확실해 물가상승률이 성장률을 제치는 역전이 벌어져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악화’ 그 자체일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증권시장도 코스피 기준으로 지난 연말(1897.13)에 비해 11.2% 하락하며 1684.45(27일 종가)로 물러서는 등 악화되는 경기 상황을 반영했다.
<우주인 탄생>
2008년 상반기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사에 큰 획을 긋는 한국 최초 우주인이 탄생했다. 이소연 박사는 지난 4월8일 소유스 TMA-12호에 탑승,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출발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갔다. 이 박사는 ISS에 무사히 도킹한 후 9박10일간 우주에 머물며 18가지의 과학실험을 실시했다.
모든 임무를 마친 이 박사는 19일 오후 소유스 TMA-11호를 타고 귀환길에 올랐다. 귀환 과정에서 당초 예상 진입 각도보다 크게 지구 대기권에 들어오면서, 탄도궤도로 착륙하는 일도 일어났다. 그 때문에 예상 착륙지점보다 서쪽으로 420㎞나 떨어진 초원지대에 착륙했고, 탑승 우주인들도 정상 착륙 시보다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의 충격으로 이 박사는 귀국 후 공군항공우주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선발부터 귀환까지 2년여에 걸친 우주인 배출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우주과학의 대중화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우주인 배출로 우리나라는 세계 36번째 우주인 배출국이 됐다. 그러나 우주인 배출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우주인 배출을 일회성 사업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우주과학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으로 삼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우주인 배출로 얻은 국민적 관심을 달탐사 궤도위성 발사, 유인 달탐사선 발사 등 정부의 단계적인 우주개발계획 실현의 동력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항우연은 이 박사와 예비우주인 고씨가 훈련과정과 실제 우주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나라 자체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 성공까지 연결시켜야 한다. 이에 맞춰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우주인 개발단을 해체하고, 자체 유인 우주인 사업과 달탐사를 위한 발전적인 조직으로 재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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