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스파이라는 누명을 썼던 촉망받던 과학자가 4년 만에 혐의를 벗고 명예를 회복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10일 자신이 창업한 벤처기업의 핵심기술을 경쟁업체에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로 기소된 이형종 전남대 교수(50)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산업스파이로 몰려 지난 2005년 구속되기도 했던 이 교수와 제자들은 4년 만에 결백을 증명했다.
그러나 4년여에 걸친 소송에 들어간 시간·노력·비용·정신적 피해 등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 기술유출방지법에 대한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무리한 수사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이 교수는 국내 광통신회로 집적소자(PLC) 분야의 권위자로 지난 학내벤처 피피아이를 창업했었다. 이후 이 교수는 2003년 회사를 그만뒀고, 호주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던 중 피피아이의 핵심 광기술을 호주 업체로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교수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2년을 선고받았고, 이 교수의 지시로 광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제자 5명에 대해서도 징역 6∼8월, 집행유예 1∼2년이 선고됐었다. 그러나 지난 4월8일 열린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이날 대법원에서 검찰의 상고가 기각되며,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 교수는 “광학기술에 대한 기본지식만 있으면 유출됐다는 기술은 호주에서 하려던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기술임을 알 수 있음에도 초기 수사과정에서 기술적 차이도 몰라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업이 사회적 보호제도를 악용해 사회발전의 원동력인 기술자들을 노예화하고 전직을 못하게 하는 것은 기술보호법의 병폐”라며 “무려 4년이나 걸려 진실이 밝혀졌지만, 이 억울한 피해를 누가 보상하느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권건호기자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