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해달라는 말을 듣고, 평생 만화만 그리신 분들이 오는 행사에 책 한 권 냈다고 가는 게 결례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만화는 애들만 본다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좋은 장이 될 거 같아서 제 작품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놀아줘’‘세바스찬’을 외치던 개그맨 임혁필(37). 그가 만화작가로 돌아왔다. 지난해 9월 자신의 육아 체험담을 만화와 수필로 엮은 ‘필소굿(Feel, So Good)’을 출간한 이후 오는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부천에서 열리는 ‘제11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작가관에 참여한다. 여기에 개막식 사회까지 도맡았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던 그는 대학 3학년 때 덜컥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면서 잠시 붓을 놓았다. 틈틈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그림을 올리던 그는 2005년 한 육아사이트에서 ‘세바스찬 혁필의 육아일기’를 연재하면서 본격적으로 만화에 입문했다. 그렇게 방송활동 중 짬을 내 꾸린 작품이 100여개. 거기에 짧은 에세이까지 더해 ‘필소굿’은 ‘광수생각’의 박광수 작가가 선물한 그림을 제외하고는 임혁필의 순수한 창작물로만 채워졌다.
야구 동호회에서 만난 박광수 작가는 그가 유일하게 친분이 있는 만화가이면서 그가 만화가로 데뷔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조력자다.
그는 개그와 만화가 ‘대중예술’이라는 점에서 닮았다고 말했다. 개그가 무대 위에서 관객을 한바탕 신나게 웃게 해준다면, 만화는 무대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여운과 감동도 전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 그는 “독고탁은 활동하지 않지만, 아직까지 독고탁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여운을 줄 수 있는 것”이 만화의 매력이라고 꼽았다.
첫 작품이니만큼 만화계에서 그림체나 글에서 미숙한 부분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연예인이란 후광을 업고 그냥 한 번 해보려는 시도라면 하지 말라’는 식의 말도 들었다. 하지만 만화가 임혁필은 “평생 만화만 알던 사람이 개그를 하려 한다면 나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며 “자신이 노력하고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6개월 된 둘째 딸을 보면서 두번째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는 임혁필. 그는 오전에는 EBS의 육아 정보 라디오 프로그램인 ‘임혁필, 이지희의 알토란’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당산동에 자비로 마련한 작업실에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가을께 개최 예정인 카툰 전시회에 낼 작품 준비로 분주하다.
“이현세, 허영만 선생님 같은 작가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여운과 감동이 있는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계속 만화를 그릴 겁니다.” 개그맨 선배 남희석의 말처럼 ‘팔뚝의 콧물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잘 그리는’ 만화가 임혁필의 꿈이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