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밑에서 노다지 캐자

바다 밑에서 노다지 캐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심해저 광물 채광 구성도

 수심 5000m의 깊은 바다 속에서 노다지를 건진다.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운데 심해저에서 귀한 금속광물을 캐내는 채광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4일 한국해양연구원 대덕분원의 거대한 집광시험동에는 최근 완성한 심해저 채광기(사진)의 신뢰성 테스트가 한창이다. 이 거대한 장비는 수심 5000∼6000m 심해저 광구에 널린 망간단괴를 쓸어 담는 역할을 한다. 늦어도 10년 내 우리나라의 금속자원 공급에서 중요한 축을 떠맡게 될 일꾼이다.

◇망간 단괴란= 망간 단괴는 구리, 니켈, 코발트, 망간의 4대 금속 광물이 육상보다 수백배 높은 밀도로 뭉쳐진 해저광물이다. 깊은 심해에 깔린 망간 단괴를 경제적으로 채광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원자재 폭등에 따라 세계각국이 망간 단괴의 상업적 가치에 다시 눈을 돌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국제해저기구(ISA)에서 하와이 남동쪽 태평양 심해저 7만5000㎢, 남한 면적의 4분의 3에 이르는 광구의 개발권을 따냈다. 전문가들은 이미 확보한 심해저 채광만으로 우리나라가 30년 이상 사용할 구리를 캐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인근 해역에는 러시아와 프랑스·일본·인도·중국·폴란드·독일도 심해저 광구를 확보하고 치열하게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떻게 캐내나=심해저 채광기가 바다 밑바닥에 안착하면 시속 4㎞로 이동하며 강력한 수압펌프로 진흙 갯벌을 헤집는다. 이때 수압에 밀려 떠오른 망간 단괴를 필터로 걸러낸다. 채광기가 캐낸 단괴 덩어리는 수면 위의 모선까지 연결된 강철파이프를 통해 올라간다. 거대한 진공청소기로 바다 밑의 광물을 빨아들이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채광기가 심해저에서 맞닥뜨릴 여러 상황을 감안해서 다양한 극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바다에 채광기를 한 번 넣으면 1년에 두 번만 건져내 점검합니다. 바닷물 속에서 6개월 이상 작동하는 기계적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채광기 개발을 책임진 홍섭 해양연구원 박사의 말이다.

해양연구원은 내년 하반기에 수심 100m, 2012년까지 수심 1000m의 망간 단괴 채광실험을 마치고 2015년께 5000m 깊이에서 망간 단괴를 캐내는 상용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심해자원은 한국경제의 미래=해양연구원은 이미 완성한 실험용 채광기보다 용량이 10배 큰 채광기와 운용기술을 2015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심해저 채광기 넉 대를 태평양 바다에 투입하면 연간 300만톤, 15억달러어치의 망간단괴를 캐낼 수 있다. 해양연구원은 채광기를 투입하기 전 해저지형과 망간단괴 분포를 조사하는 무인탐사정(ROV)도 개발 중이다. 이심이로 명명된 한국형 ROV는 다음달 동해안에서 필드테스트에 들어간다. 2010년까지 6000m급의 탐사능력을 갖춘다. 이러한 수중로봇들은 세계각국이 벌이는 자원전쟁에서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판묵 해양연구원 탐사장비연구사업부장은 “요즘 중국, 인도가 심해자원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쏟으면서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 태평양에 묻힌 노다지를 먼저 캐내는 경쟁에 우리나라가 반드시 앞서야 합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연구원들의 발길은 집이 아닌 실험실을 향했다.

대전=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