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백신서비스가 등장한 지 1년 만에 국내 개인 백신시장이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동안 음성적이고 기형적으로 존재했던 라이선스 시장이 정리된 점이나 유료 서비스 이용 고객의 충성도가 강화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특히 백신을 사용하지 않던 PC 사용자가 백신을 사용, 바이러스 확산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가 무료 백신서비스 발표 이후 1년여가 지나면서 이와 관련한 기업들의 명과 암이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3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개인용 백신 시장이 10여개에 이르는 국내외 기업의 무료 백신서비스와 무료 평가판 서비스로 1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대표기업인 안철수연구소도 개인백신 매출이 100억원 수준에서 40억원대로 떨어졌다. 앞다퉈 무료 백신서비스를 진행한 포털의 성과도 미미하다. 코리안클릭의 조사에 따르면, 포털들의 무료백신 월간 이용자 수는 전체 백신 이용자의 9분의 1 수준인 400만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NHN·야후·다음 등에 이어 무료 백신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엔진 공급업체 선정작업에까지 들어간 SK커뮤니케이션즈도 현재 3개월째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백신 시장에 출사표를 내는 용도로 무료 백신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은 인지도 획득을 발판으로 기업용 시장에 안착하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10월 무료 백신 알약 서비스를 시작한 이스트소프트는 1년도 안 돼 기업용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으며, 네이버 PC그린에 엔진을 공급한 러시아의 카스퍼스키랩은 무료 백신으로 한국시장에 이름을 알리는 기회를 얻었다. 이러한 성과를 겨냥해 한국판 무료 백신서비스를 공급하는 해외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체코 알윌의 어베스트는 가정용 무료 백신인 홈에디션 한국 서비스를 내놓았으며, 최근 중국 베이징라이징테크놀로지는 라이징 안티바이러스라는 백신의 한글판을 내놓고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료 백신서비스는 음성적·기형적인 라이선스 시장을 정리하고, 확실한 유료 서비스 이용 고객의 로열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상원 이스트소프트 이사는 “개인용 백신 시장은 사실상 불법으로 다운로드해 쓰는 음성적인 시장과, 다른 서비스 이용 중 사용자도 모르게 결제해 이용하게 되는 기형적인 라이선스 시장이 장악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무료 백신은 확실한 유료 고객과 그렇지 않은 무료 백신 이용자를 구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백신을 사용하지 않던 PC 사용자들이 백신을 사용함으로써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게 된 것도 성과다. 업계에서는 무료 백신서비스 이후 중복 사용자를 제외하고 백신 사용자가 300만∼400만명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10여개에 달하는 무료 백신을 이것저것 한꺼번에 사용함으로써 백신끼리의 충돌을 호소하는 사용자도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2개 정도 같이 쓰는 것은 무난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백신을 동시에 쓰게 되면 백신 실행 파일을 악성코드로 오진하기도 하고 실시간 감시 기능 자체가 서로 엉기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