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뉴딜이 희망이다](2부)해법을찾아라⑤디지털교과서

[디지털 뉴딜이 희망이다](2부)해법을찾아라⑤디지털교과서

 한 초등학교 교실. 분필로 쓰던 칠판 자리에는 전자칠판이 위치하고 있고 학생들은 아날로그 책 대신 터치가 가능한 소형 PC를 보고 있다.

 교사가 칠판에 쓴 내용은 실시간으로 학생 각자의 모니터에 기록된다. 학생이 가진 PC는 만물상이다. 이해가 잘 되지 않으면 추가 내용을 찾아볼 수도 있고 교사와 일대일 채팅도 가능하다. 아주 먼 미래 모습이 아니다.

 불과 10년 뒤면 상용화될 교육 현장이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칠판을 통한 양방향 교육 환경 구축, 즉 u러닝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수동적인 교육 환경을 바꿔 놓는 것도 그렇지만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미래를 이끌 녹색 성장 아이템으로 불릴 만하다.

 ◇미래 u러닝을 이끌 핵심 프로젝트=현재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의 모습은 아직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 2007년부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화끈하게 시범학교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조금 아는 사람이면 디지털교과서 프로젝트가 얼마나 파급효과가 큰 사업인지 안다.

 디지털교과서란 기존의 서책형 교과서를 대신하는 노트북 형태의 교과서를 말하는 것으로 현재 5학년용 6종, 6학년용 4종이 개발돼 있다. 디지털교과서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서책형 교과서에서 텍스트·평면그림 등으로만 보여지던 교육과정 내용을 소리·동영상·애니메이션 등 온갖 종류의 멀티미디어 자료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원기둥의 부피를 구하는 공식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원기둥이 잘게 잘려 직육면체가 되는 모습을 3D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전자펜을 이용해 공책에 필기를 하듯 디지털교과서 화면 위에 글씨를 쓰고 지울 수도 있으며 교사는 학생들이 각자 필기한 내용을 전자칠판 화면으로 불러와 실시간 첨삭을 해주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이처럼 게임을 하듯 다양한 기능과 생생한 학습 자료를 이용해 수업을 할 수 있게 되므로 학습에 학생들의 흥미가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성적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교과서 사업, 새로운 일자리 창출할 것=일단 올해는 △디지털교과서 학습용 단말기 도입 △콘텐츠 서버 구축 △전자칠판 및 보관함(충전함) 구축, 무선 네트워크 환경 구축 등에 107억여원이 투입된다.

 대상 학교도 92개 초등학교, 184개 교실(학교별 2학급)로 늘어난다. 전체 4730대의 단말기 및 보조기자재 보급과 부대시설이 각 학교에 들어선다. 올해 사업이 순조롭게 끝나면 전국 112개 학교가 u러닝의 옷을 입는다. 물론 전체 학교 수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100개가 넘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수치다. 정부는 오는 2013년 시범사업이 끝나는 때까지 대상 학교 수와 수업의 질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의 의미는 ‘단순히 e러닝 책자’와 ‘리더’를 배포하는 데 있지 않다. 이 사업은 현장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먼저 현재 10여종이 개발된 디지털교과서는 현재 아날로그식 학습 참고서 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전망이다. 물론 책을 구매하는 학생들이 많겠지만 디지털화된 교재와 학습 참고서 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이다.

 이와 함께 콘텐츠 개발에 종사하는 인력도 대폭 늘어날 것이다. 현재 교육용 콘텐츠 시장은 유아용에 그치고 있지만 디지털교과서가 확대되면 이 시장은 지금의 수십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수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세계 교육 환경이 멀티미디어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디지털교과서라는 개념을 공교육 현장에 적용한 곳은 없다. 싱가포르 등 일부 도시 국가가 시도를 한 적이 있지만 여러 문제로 좌절된 바 있다.

 이에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제대로 마무리하면 아주 좋은 현실적인 레퍼런스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광훈 한국학술정보원 초·중등교육정보센터 디지털교과서 팀장은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해외에도 상용화된 적이 없다”며 “제대로 정착된다면 강력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순항 중, 문제는 예산 확보=특히 디지털교과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도·농 간 ‘학력 디바이드’를 해소시켜 줄 새로운 대안으로도 의미가 있다. 학습법과 학습 정보가 디지털화돼 차별 없이 실시간으로 전국에서 서비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의 시범 서비스에서도 부분적이지만 이런 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최근 실시한 ‘디지털교과서 효과성 측정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4수준으로 나누어 수준별로 디지털교과서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국어 과목에서는 도시 지역과 농산어촌 지역에서 모두 성적 하위집단에서 디지털교과서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 과목은 도시지역의 성적 하위집단에서 효과적이고, 수학 과목에서는 농산어촌 지역 성적 하위집단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를 종합하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수학 등 핵심 과목에서 도시와 농촌 간 간극을 좁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사는 총 24개 학교의 5학년, 6학년 학생 3361명을 대상으로 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예산이다. 최근 몇 번의 유찰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지속적인 사업 확대를 위해선 정부의 관심이 필수다. 특히 사업을 위해선 오는 2013년 시범사업이 마무리된 뒤에도 예산은 체계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물론 철저한 타당성연구를 거친 후 일부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디지털교과서를 비롯한 u러닝 사업은 녹색 성장의 대안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지원을 약속한만큼 당분간 안정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시범사업 종료 후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 컴퓨터 활용 교육(ICT) 전문 학교로 지정된 후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