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엔고현상까지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올해 대비 대폭 줄어든 내년도 채용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매년 3월 말 또는 4월 초를 기해 올해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이듬해 4월 신규채용할 인력을 미리 발표하지만 최근의 불확실한 경기상황은 내년도 인력채용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7일 일본 업계 및 언론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사상 최악의 인력채용 계획을 내놨다. 내년도 공채를 포기하는 기업도 나왔다.
지난해 말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해 충격을 안겨줬던 소니는 올해보다 48%가 감소한 280명을 내년 봄에 정기 채용하기로 했다. 기술직 사원은 51% 감소한 200명, 사무직은 38% 감소한 80명이다. 소니는 지난 2005과 2006년 봄에 200명 안팎의 인력을 신규채용해오다 2007년 400명으로 늘린 바 있다. 실적악화로 인해 정기채용 외 연중 중도채용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파나소닉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4월에 500명을 뽑을 계획이지만 사무직은 30명 줄어든 100명, 기술직은 30명이 늘어난 400명으로 예상했다. 늘어난 기술직 사원은 환경·에너지, LCD TV 부문이다. 회사는 올해 상시 채용 390명, 해외 현지채용은 900명으로 정했지만 내년엔 이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NEC는 올해 신규채용 인력 740명에 비해 90% 가량 줄어든 100명만을 내년 4월 신규채용한다.
이 회사가 실적악화를 이유로 신규채용 인력을 100명 규모로 줄인 것은 1956년 이후 처음이다. 내년에 선발할 100명은 연구개발 및 IT 관련 기술자다. 내년 3월까지의 연중 상시 채용인력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샤프는 내년 정기채용 인력수를 올해보다 60% 가량 감소한 280명으로 억제한다. 이 회사의 정기채용 인력이 300명 수준으로 감소한 건 2002년 봄 이후 처음이다. 회사는 매년 채용인력을 늘려왔고, 지난해엔 LCD와 태양전지 사업 강화로 채용 인력을 크게 늘린 바 있다.
산요전기는 내년 봄 사무직 사원은 채용하지 않는다. 기술직 50명만 신규채용하기로 했다. 50명은 올해 신규 채용키로 한 인력 272명의 20%에 불과하다. 기술직만 뽑는 것은 정기채용을 시작한 1953년 이후 처음일 뿐만 아니라 연간 신규채용 인력이 50명 수준으로 감소한 것은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파이어니어는 내년 봄에 정기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기채용이 없는 해는 정기채용을 시작한 1983년 이후 처음이다. JVC캔우드홀딩스도 내년 봄 정기채용을 하지 않는다.
한편 도쿄상공회의소가 860개 중견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도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봄 채용계획이 없는 기업이 29.2%에 달했다. 전년대비 무려 10.6%포인트나 상승했다.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도 30%에 달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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