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보안 사업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 달렸습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들어 융합 정보기술(IT)로 IT 종사자와 제조업 종사자 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물리적 결합은 시도되고 있지만 화학적 결합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자동차 IT, 조선 IT, 스마트 그리드 등 융합 IT는 모두 철저한 보안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제조업 부문에서 막연하게 보안이 필요하리라 여겨 IT도 참여케 하지만 인력도 예산도 적게 투입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IT 홀대론’이다. 그는 “정부는 IT에 시큐리티를 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히지만 정작 융합 프로젝트에서 IT인은 배제되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융합으로 인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만남이 절실하다. 임 교수는 “전력시스템에 보안체계를 구축하려면, 전력과 보안 두 분야를 모두 꿰찰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예를 들면 일반 네트워크 보안체계에서 방어하는 악성코드 패턴과 전력망에 침투하는 악성코드 패턴이 서로 달라 기존 보안시스템을 전력분야에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또 “전통산업 역시 스스로 자각은 못하지만 IT가 스며들어 있는 일이 많다”며 “여기에 보안까지 결합하면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통산업의 경쟁력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지능형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를 공동 개발하자고 나선 바 있다. 지식경제부 측은 미국이 스마트 그리드 분야에서 기술력이 앞섰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넓은 국토에 전력망 수준이 낙후된 미국과 달리 좁은 국토에서 상당수준 자동화를 이룬 한국의 전력망 기술수준을 미국이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여기에 우리가 스마트 그리드에 맞춤한 보안기술을 개발·공급한다면 ‘보안산업의 세계화’는 물론이고 스마트그리드 기술 경쟁력도 끌어올리는 상승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차세대 에너지 기술 스마트 그리드는 인공위성, 정보기술 등을 이용해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대를 실시간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로 정보가 이동하며 해킹공격을 받을 위험이 존재한다.
보안업계 쪽에서 융합보안은 미국·유럽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 보안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기회다. 임 교수는 “과거에 비해 국내 보안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이를 산업화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지금 보안업체는 IT서비스 업체의 하도급 역할로 휘청거리지만 융합보안 기술을 개발하면 여타 대형제조업체와 직접 협력관계를 맺어 경제성을 실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임 교수는 또 “세계적인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신뢰가 기본 인프라라고 강조한 바 있다”며 “융합 IT를 실현할 수 있는 게 바로 융합보안 사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