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 신한은행은 110억원을 들여 2년여동안 진행해 온 투자은행관리시스템(IBMS) 구축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이 시스템을 가동했다. 대규모 IBMS 시스템 가동은 은행권 첫 사례다. 신한은행이 IBMS 구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초. 당시 신한은행은 여·수신 업무 이외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찾아 나섰다. 그 영역이 투자은행(IB) 업무다. 더욱이 당시에는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 통과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IB업무가 은행권에서 각광을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신한은행은 2007년 9월 IBMS 구축을 위한 컨설팅에 착수했다. 3개월 동안 진행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2008년부터 본격적인 분석작업을 시작했다. 분석작업부터 외부 사업자를 선정해 시작하는 여타 프로젝트와 달리 IBMS 프로젝트는 철저하게 자체 인력을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했다. 내부 현업부서가 중심이 되고 IT인력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보다 현실적인 IB관련 프로세스 및 시스템적 이슈를 파악하고 향후 IBMS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실제적인 시스템 구축은 2008년 8월부터 시작됐다. 주사업자인 LG CNS를 비롯해 액센츄어 등이 참여했다. 개발 범위에는 IB영역, 트래이딩 영역(프론트, 미들, 백 오피스), 영업점 연계 영역 등 관련 전 영역이 포함됐다. 대부분 은행들이 트레이딩 영역을 중점적으로 하는 것에 비해 신한은행 IBMS 프로젝트는 IB 관련 전 영역을 다뤘기 때문에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인수금융, 선박금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회간접자본(SOC) PF, 지분투자 등의 순수IB 영역은 그 어느 은행도 정보시스템화 하지 못한 영역이었다.
신한은행의 IBMS에는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트레이딩 영역의 프론트 오피스에 각기 다른 4개의 패키지 솔루션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보통은 하나의 패키지 솔루션을 도입해 전 프론트 오피스에 적용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프론트 오피스 중 상품파생은 뮤렉스 제품을, 주식파생은 소피스를, 신용파생은 칼립소를, FX 및 머니마켓은 콘돌+를 적용했다. 주식 및 채권 부분은 상용 패키지 도입 없이 자체개발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제품을 적용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이에 대해 IBMS 프로젝트의 프로젝트관리자(PM)를 맡았던 허제욱 신한은행 IT금융개발부 부부장은 “4개의 패키지 솔루션을 모듈별로 적용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각 솔루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라면서 “실제 이를 통해 각 업무 영역별로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각기 다른 패키지 솔루션을 적용하다 보니 각각의 코드와 거래 유형들이 모두 달랐다. 따라서 프론트 오피스와 연결돼 있는 미들 및 백오피스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단일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 구축 착수 직전에 진행한 분석단계부터 각각의 패키지 솔루션이 표현하는 코드 등을 미리 파악해 미들·백오피스와 정확히 맵핑할 수 있도록 모든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두 번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코드가 단일화 됐는지, 거래유형별로 데이터가 통합된 형태로 취합되는지 등을 파악했다. 이후 신한은행은 기본설계 3개월, 상세설계 2개월을 진행하고 지난 1월부터 실질적인 구현작업에 들어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IBMS가 한참 구축되던 중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특히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큰 충격이었다. 이는 국내 은행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쏟아붓게 했던 IB업무를 주력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를 가져다 줬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권의 변화는 신한은행 IBMS 프로젝트에 오히려 약이 됐다. 파생상품 판매를 위한 고도화된 시스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신한은행은 파생상품으로 인한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도록 리스크관리시스템 고도화에 더욱 집중했다.
리스크관리 고도화 일환으로 대금융기관 담보 프로세스와 시장리스크에 대한 한도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기존에 금융기관 담보 프로세스 및 한도 프로세스 모두 정보시스템화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신용위험에 대한 한도 프로세스는 수작업으로 진행돼 실시간이 아닌 일 단위로 측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와 함께 위험관리 업무에 필요한 기반 정보를 일관성 있게 통합관리하고 리스크, 포지션, 성과측정 등을 딜러별, 데스크별로 통합 분석할 수 있도록 체계도 갖췄다.
신한은행은 IBMS 가동으로 △선진 트래이딩 시스템 도입 및 영업채널 확대 △원화, 외화 유가증권 트래이딩 기능 강화 △리스크관리 능력 제고 △IB업무 워크플로우를 반영한 시스템 확보 △IB사후관리 업무 강화 △자산유동화 통합관리 △통합 백오피스 운영 △프로세스 선진화 및 유연성 확보 △데이터 통합 및 관리기능 강화 △영업점 파생상품 운영기반 확대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니인터뷰】허제욱 IT금융개발부 부부장
-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IB업무에 대해 전행적으로 대응하고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관리 기반을 통합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IB업무와 관련해 필요한 기능들이 여러 정보시스템에 산재돼 있거나 자동화되지 못한 상태였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 크게 3가지 정도의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나는 취급하는 파생상품을 이해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4개의 각기 다른 패키지 솔루션을 도입해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순수 IB영역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국내·외 통틀어서도 순수 IB업무를 시스템화 한 사례가 전혀 없었다.
- 어려웠던 점을 어떻게 극복했나
▲ 상품에 대한 이해는 현업의 도움이 컸다. 현업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개발단계부터 여러 테스트 절차를 거쳤다. 거래 상품이 정확하게 구현됐는지에 대해 총 8000여개의 유형을 만들어 테스트를 했다. 4개의 패키지 통합 문제는 2차례에 걸쳐 진행한 파일럿 프로젝트가 많이 도움이 됐다. 순수 IB영역에 대한 프로젝트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서 보완해 나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 IBMS의 현 상태는
▲ 지난 10월 12일 가동한 이후 파생상품 판매에 대한 10월 말 결산을 치뤘다. 별 무리없이 잘 이뤄졌다. 현재로서는 안정화 단계다. 다음달 연말 결산을 무리없이 완료하면 IBMS시스템에 대한 안정화는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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